8월도 안 됐는데 의류매장에 겨울 옷이 걸리기 시작했다. 소비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는 의류업계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역(逆)시즌 재고품’을 평년보다 빨리 쏟아낸 데 이어 올 겨울 신상품까지 출시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름에 겨울의류 재고를 파는 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판매 전략이다. 겨울의류는 여름의류보다 가격이 높아 이윤이 큰 데다, 여름에는 할인율이 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 겨울 아웃도어 업체들이 상품 생산량을 늘린 탓에 재고가 전년대비 50% 증가, 유통업체에 재고 소진을 위한 행사 개최 요청이 많았다.
이 때문에 올해 주요 백화점들은 작년에는 8월에 진행했던 역시즌 행사를 두 달 가량 빨리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6월 말 여름 정기세일에 돌입하면서 ‘넉다운 페스티벌’을 열고 총 150억원 상당의 아웃도어 겨울상품을 풀었고, 지난 17일에는 나흘 동안 ‘2014 모피 페어’를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균 20~30% 할인된 모피제품을 대거 선보여 관련 행사가 없었던 지난해 동기대비 매출이 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예년보다 이른 6월과 7월 잇달아 모피제품 재고 소진을 위한 대형 행사를 가졌다.
TV 홈쇼핑 업체도 마찬가지다. 올해 GS샵은 지난해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역시즌 상품을 선보였는데, 지난 24일 오전 방송에선 200만원 상당의 밍크코트 등이 50분 만에 10억원 넘게 팔리는 등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업체들은 겨울 신상품 출시도 서두르는 분위기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는 18일부터 겨울철 주력상품인 구스다운 선(先)판매를 시작했다. 작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라진 것이다. SPA 브랜드 스파오는 예년보다 일주일 빨리 패딩조끼 사전 판매를 시작했고, 코오롱스포츠도 25일부터 겨울 신제품을 약 20%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이는 선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GS샵은 26일 방송에서부터 코트 등 겨울 신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강혜련 GS샵 패션의류팀 차장은 “소비 침체와 의류업계의 여름세일 특수 감소 등 가라앉은 분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겨울의류 판매 개시를 작년보다 2주 가량 앞당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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