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색을 드러낸 장마가 물러날 기세다. 따가운 햇볕이 더 열을 올릴 시기다. 더위에 발맞춰 여름휴가도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산과 바다와 들로 향하는 길, 책 한 권 정도의 동행이 나쁘지 않을 때다. 문화계 인사 10명에게 여름에 읽을 책이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 들었다. 휴가 때 책과 함께 하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영화계 인사들은 소설을 골랐다.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소설가 한강의 최신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발행)를 읽을 생각이다. 심 대표는 “젊은 작가가 광주(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어린 학생을 통해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휴가철에 마음 편하게 읽을 책은 아니나 세월호 참사도 있어 쉬는 동안 읽기로 마음 먹은 책”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진 영화평론가 겸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일본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구형의 황야’(북스피어 발행)를 꼽았다. 김 교수는 “(기자처럼) 취재해서 써낸 문장이 박력 있고 매력적”이라며 “마쓰모토의 장편소설 여섯 권을 이미 주문했다”고 밝혔다. 1962년 쓰인 ‘구형의 황야’는 죽은 줄 알았던 외삼촌의 흔적을 발견한 한 여인이 외삼촌의 존재를 추적하다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담고 있다.
뮤지컬계의 대부로 꼽히는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도 소설을 추천했다. 설 대표는 “조선의 복잡다단한 시대상과 한 궁녀의 드라마틱한 인생이야기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며 ‘리진’(문학동네 발행)을 권했다. 소설가 신경숙의 ‘리진’은 19세기 말 조선의 궁중무희와 프랑스 외교관 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그렸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프란치스코 자비-한 사목자의 성찰’(생활성서사 발행)을 골랐다.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시절 쓴 강론과 사목소한을 묶은 책이다. 이 사장은 “진정한 자비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고 평했다.
최근 종영한 인기 TV드라마 ‘정도전’을 연출한 강병택 KBS PD는 역사서 ‘건국의 정치’(이학사 발행)를 추천했다. 고려 공민왕 시절부터 조선 태조 집권기까지 40년에 걸친 여말선초 시대를 들여다본 책이다. 강 PD는 “정치와 역사, 시대상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책”이라고 말했다. 방송인 오상진씨는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한한의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문학동네 발행)를 꼽았다. 중국을 향한 거침 없는 비판과 풍자, 조롱을 촌철살인의 문장에 담은 책이다. 오씨는 “중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 패셔니스타의 생각과 함께 휴가를 즐겨보라”고 권했다.
출판계에선 다양한 종류의 책이 선정됐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고전 ‘슬픈 열대’(한길사 발행)를 추천했다. “여러 문화와 문명을 탐색하면서 서구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주고 기행문이기에 여행가는 기분도 든다”는 이유에서다. 박상희 비룡소 대표도 자사가 곧 펴낼 ‘추억의 마니’를 꼽았다. 박 대표는 미국의 유명 동화인 이 책에 대해 “한 아이가 자연 속에서 만난 마니라는 아이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렸다”면서 “휴가 동안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장르문학을 주로 소개해온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에세이들을 추천했다.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와 ‘침묵하는 소수’(이상 한길사 발행) 등이 “(시오노의) 소소한 신변 이야기를 담고 있어 훨씬 재미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산문집 ‘이 미친 그리움’으로 유명한 림태주 시인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에세이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다산북스 발행)를 골랐다. 림 시인은 “요즘 시대 올바른 어른으로 살기 위해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왜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가를 어렵지 않게 차근차근 들려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황수현기자 sooh@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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