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컵대회서 수훈갑
2014 안산ㆍ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빛난 두 명의 여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박미희(51) 흥국생명 감독과 도로공사 라이트 문정원(22)이다.
박미희 감독은 특유의 외유내강 리더십으로 컵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른 박 감독은 조별리그 B조에서 2연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선수들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는 박 감독을 따르고 있다. 흥국생명 주장 김혜진(25)은 “화를 내지 않는 게 더 무섭다. 오히려 불같이 화 좀 내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혜진은 “우리가 경기에서 못하면 조곤조곤하게 ‘오후에는 리시브 연습하자’라고 만 말씀하시며 휴식시간을 안 주신다”며 “차라리 화를 내시고 화끈하게 쉬는 게 좋은데…”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박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 주목 받기보다는 배구 감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털어놨다. 지난 시즌 7승23패로 최하위였던 팀을 컵대회 준결승으로 이끈 박 감독은 “지금처럼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위축되지 않고 ‘우리가 저 팀보다 잘해’라는 생각으로 뛰었으면 한다. 선수들은 이번 대회 2경기에서 다 그렇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뜬 스타는 문정원이다. 도로공사의 4년차 라이트 문정원은 매 경기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문정원은 23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선 서브에이스 2개를 포함해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13점을 올렸다. 코트 가장 구석진 곳에서 달려나오며 때리는 강한 서브와 174cm의 크지 않은 키에도 빠르게 솟구쳐서 힘을 실어 꽂는 스파이크가 강점이다.
2011~12시즌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도로공사에 지명된 문정원은 그 동안 정규리그에서 17경기를 뛴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데뷔 첫 시즌에 11경기를 뛰었지만 이듬해 4경기에서 4세트, 지난 시즌에는 2경기에서 2세트밖에 소화하지 못했을 만큼 출전 기회가 없었다.
희소가치가 있는 왼손 공격수이지만, 라이트에는 외국인선수가 버티고 있어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서남원 도로공사 감독은 “거의 뛰지 못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그만큼 철저히 준비한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문정원은 “아직은 더 준비해야 하지만, 백업으로 나서면서 실력으로 이기고 싶다”면서 “레프트로도 뛰기 위해 서브와 리시브 등을 많이 연습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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