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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국적 공간" 화려한 등장, 지금은 "불필요한 공간" 쓸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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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이국적 공간" 화려한 등장, 지금은 "불필요한 공간" 쓸쓸한 퇴장

입력
2014.07.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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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처음으로 대단지로 지어진 마포아파트는 낯선 외관 덕분에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각 세대 전면에 설치된 발코니 때문이다. 높은 건물의 돌출된 공간에서 바깥을 내려다보는 삶의 여유라니. 발코니는 아파트에 살지 않은 이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발코니는 1970년대 들어 중요한 기로에 섰다. 1977년 공공주택 가격규제가 민간주택에도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건설사들 사이에선 발코니 면적을 줄이려는 움직임과 늘리려는 시도가 동시에 나타났다. 공사비가 제법 들어가는 발코니 설치를 하지 않고 전체 시공비를 줄인 아파트와 발코니로 면적을 늘려주는 아파트. 언뜻 생각하기엔 발코니 없는 아파트의 선호도가 클 것 같지만 소비자들은 발코니를 더 원했다.

1978년 주택청약제를 도입하면서 주택규모를 전용면적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 발코니 아파트 붐을 일으킨 결정적인 계기였다. 발코니는 전용면적이 아니라 건설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면적’에 해당한다. 건설사들은 선심 쓰듯 발코니 면적을 늘렸고 전면이 아닌 후면 등 다양한 형태의 발코니를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모았다. 이런 아파트일수록 청약자들은 구름처럼 몰렸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발코니는 전성기를 누렸다. 이상 징후는 1988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전용면적 산입제외 범위가 깊이 1.2m에서 1.5m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와 함께 ‘난간 등의 설치여부에 관계없이’란 문구가 새로 들어간 것이다. 이는 발코니의 실내공간 전용을 허용한다는 의미였다.

이때부터 발코니 외부에 창틀(새시)을 설치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 창틀이라는 가림막으로 외부와 차단된 발코니는 사실상 완전히 사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법적으로는 발코니를 없애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면서 발코니와 거실 사이 분리구획을 위한 외벽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강제했지만 실내 공간에서 이뤄지는 일들을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었다. 발코니와 거실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더니 결국 발코니를 아예 없애는 확장공사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2000년 전용면적 산입제외 깊이가 2.0m로 확대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발코니의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정확히 말하면 확장공사를 위한 공간으로서 발코니의 주가가 오른 것이다. 이 무렵엔 시공사가 아파트 입주 전 주민들로부터 개별 접수를 받은 후 일괄적으로 확장공사를 해주는 일이 관행이었다. 공사를 다 해놓고 입주 전에 다시 허물어버리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

보다 못한 정부는 전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수 없다며 2005년 말 발코니를 거실이나 침실 등으로 확장하는 것을 전면 허용한다. 대신 면적규정은 2m에서 1.5m로 돌려놨다. 이때부터 기존 아파트들의 확장공사 붐이 일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분양 시 확장공사 선택 여부를 물어볼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굳이 발코니를 만들 필요조차 없어졌다. 이런 경향이 점차 짙어지면서 최근에는 아예 발코니 없는 아파트가 대세로 굳어지게 됐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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