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등에 이의제기 가능…신규 신청자는 심사 후 8월 수령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A(65)씨는 최근 기초연금을 신청하러 주민센터에 갔다가 크게 실망한 채 발길을 돌렸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늘어나게 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들이 최근 일자리를 구해 월 90만원을 받는데, A씨가 매달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인정액이 2인가구의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 기준(월 102만7,417원ㆍ2014년 기준)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A씨는 “일하는 노인도 받는다던데 나는 신청하면 오히려 손해라 마치 벌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의 기대 속에 25일 첫 기초연금이 지급됐지만 일선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에서는 A씨처럼 기초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20만원 미만을 받은 노인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달 만 65세 이상 노인 410만명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됐지만, 기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중 2만3,000명은 탈락했다.
탈락 사유는 ▦소득ㆍ재산 증가로 지급 기준을 초과한 2만2,183명 ▦3,000cc 또는 4,000만원 이상의 자동차 보유자 1,621명 ▦자녀 명의 고가 주택 거주자 196명 ▦고액 골프회원권 보유자 25명 등이다.
기초연금과 마찬가지로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만 지급했던 기초노령연금도 소득ㆍ재산이 증가하면 지급 대상에서 탈락하게 돼 있지만 기초연금은 최대 월 9만9,100원이 지급됐던 기초노령연금보다 수급액이 두배 가량 많고,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한 탓에 유독 탈락ㆍ감액된 노인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주민센터 관계자는 “‘나는 집만 있을 뿐 돈 나올 곳도 없는데 왜 주지 않느냐’, ‘내가 젊었을 때 일해서 적립한 국민연금을 받는건데 왜 연계해서 기초연금을 깎느냐’며 항의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며 “신청만 하면 모두 20만원을 받는 줄 알고 계신 어르신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공시 가격 6억원 이상인 자녀 명의의 집에 살 경우 무료임차 소득으로 계산되는 등 기초노령연금 때는 없었던 소득인정액 산정 기준이 새로 생겨 발생하는 혼선도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똑같은 집이라도 아들이나 딸과 함께 살면 탈락하는데 반해 사위나 며느리 명의의 집에 살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며 “집 때문에 탈락한 노인의 자녀가 전화해 ‘집 주소 옮기면 기초연금 받을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처럼 극빈층인 기초생활수급자가 기초연금의 혜택에서 사실상 배제된다는 점도 논란이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지금껏 본인들이 빈곤 노인을 위한 제도인 기초연금을 받지 못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탈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번 달 기초연금을 새로 신청한 노인은 한 달 정도 걸리는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다음달 25일에 7ㆍ8월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다. 21일까지 기초연금을 신청한 사람은 총 30만7,000명이다. 본인의 기초연금 지급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기초연금)이의신청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노인을 상대로 기초연금을 대신 신청해주거나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접근해 돈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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