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탓 작년 회장선거 무산 충격
총학생회 활동 상황·성과 알리려 올컬러 60쪽 분량 1만부 제작 배포
700만원 제작비 광고·후원금 충당
서울대 총학생회가 발간한 잡지 ‘관악타임’의 기획을 맡은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김예나(23ㆍ국문학과)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학생회와 학생들간의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4쪽 분량 신문형태의 소식지를 배포한 적은 있지만 올 컬러로 된 정식 잡지를 낸 적은 없었다. 60쪽 분량으로 1만부가 제작됐다. 21일부터 중앙도서관, 학생회관 등 학생들이 주로 몰리는 교내 곳곳에 비치했는데 반응이 좋다. ‘관악타임’은 서울대 총학생회가 발족한 이후 처음 발간한 잡지다. 이름을 ‘관악타임’으로 지은 것은 많은 서울대생들이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표지 제목 밑에는 ‘본지는 관악 표준시를 준수합니다’라는 주석이 달려 있다.
김씨는 “총학생회의 활동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서로 소통하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잡지의 절반 가량은 세월호 시국선언, 계절학기 셔틀버스 운행 시간 연장 등 지난 학기 동안 힘썼던 총학생회의 성과를 알리는데 할애했다.
사실 총학생회에 대한 서울대 구성원들의 무관심은 심각하다. 지난해 가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쳐 선거가 아예 무산됐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관악에 봄 꽃을 피워 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장미꽃 4,000송이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잡지 발간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보를 담았다. 여름철을 맞아 학교 안팎에 인기 빙수 카페를 소개하거나 학내 휴게실의 위치 및 장단점을 공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또 학내 유일 밸리댄스 동아리와 양궁 동아리를 일일 체험한 뒤 생생한 경험담도 사진과 함께 실었다.
‘학생들이 읽고 싶은 잡지’를 목표로 6월부터 한 달 이상 준비했다. 5명의 기자와 디자인 전담팀 등 10여 명의 총학 관계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가장 큰 문제는 700만원에 달하는 제작비 마련이었다. 대학 측의 지원 없이 순수 광고 및 후원금으로만 제작했는데, 광고 시장이 위축돼 있는데다 최근 발생한 서울대생 사칭 잡지 사기 사건 때문에 광고 유치가 만만치 않았다. 내용에서도 학생회가 전하고 싶은 다소 딱딱한 소재들과 학생들의 이목을 끌 가벼운 기사 사이에 절충점을 찾기 위해 고민이 컸다고 한다.
올해 말에는 ‘2호 잡지’를 낼 계획이다. 디자인을 강화하고 내용도 요즘 학생들의 관심사를 다뤄 열독률로 승부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신문, 서울대저널, 퀼(영자신문) 등 교내 다른 정기간행물과도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차별화해야 한다.
이경환(28ㆍ물리학과)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의 활동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론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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