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최재경 인천지검장, 론스타 등 굵직한 수사 섭렵
특수수사의 정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통 칼잡이 최재경(52) 인천지검장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 실패로 24일 검찰을 떠났다. 홍만표 전 수사기획관, 김경수 부산고검장과 함께 사법연수원 17기 트로이카로 꼽히던 최 지검장은 예상치 못한 ‘유병언 악재’를 만나 옷을 벗게 됐다.
경남 산청 출신인 최 지검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서울중앙지검 특수1ㆍ2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연구관으로 일하는 등 정통 특수 검사의 길을 걸어왔다.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중수부장 등 요직을 거치며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론스타 사건, 2007년 제이유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했다.
검사 생활의 위기도 있었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BBK사건을 맡았던 이력은 지울 수 없는 꼬리표로 남았고, 2012년 대검 중수부장 때는 중수부 폐지 문제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충돌하면서 검사들이 한 총장 용퇴를 건의하는 ‘검란 사태’를 빚었다. 당시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후 두 번의 고검장 승진 인사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유씨 일가의 비리 수사는 그래서 최 지검장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최 지검장 역시 지난 5월 중순부터 무기한 철야 근무를 선언하는 등 배수의 진을 치고 수사에 임했다. 그러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안 비밀 공간에 숨어 있던, 유씨를 검거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최 지검장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게시판에 사직인사를 올리고 “당당하고 따뜻하고 꼿꼿한 검사가 되기를 소망했지만 결국 화호성구(畵虎成狗ㆍ호랑이를 그리다 개를 그림)에 그쳤다”며 “특수검사로 전장을 돌다 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 지검장의 사직에 한 특수부 검사는 “특수수사의 든든한 버팀목이 무너졌고, 이게 외로운 칼잡이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결과를 내라는 게 국민이 원하는 검찰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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