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48명이 사망한 대만 국내선 항공기 비상착륙 사고가 기장의 무리한 착륙시도에 따른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지 언론인 대만 연합보는 24일 자체 입수한 사고 당시 펑후(澎湖)섬 마궁(馬公)공항 관제 및 기상자료에 ‘800+TSRA’가 기록돼 있었다고 전했다. 푸싱(復興)항공의 사고기(GE-222)가 23일 오후 마궁 공항 활주로 인근에 비상 착륙할 당시 강한 뇌우상태(TSRA)로 가시거리가 800피트(243m)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항공기 기장이 착륙을 요구하면 날씨를 이유로 공항 당국이 착륙을 거절할 수 없다는 느슨한 규정도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거 대만 공항 당국은 가시거리가 1,600피트 이내일 때 공항을 잠정 폐쇄하고, 비행기 이륙을 금지했으나 1999년 이후 날씨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장이 자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시 공항 주변은 제10호 태풍 마트모가 지나간 직후지만 태풍에 준하는 강풍을 동반해 시간당 59㎜의 비가 내리고 천둥과 번개도 이어졌다.
승객과 승무원 58명을 태우고 가오슝 공항을 떠난 사고기는 당초 이륙 40여 분 후인 23일 오후 6시30분 마궁 공항에 착륙 예정이었으나 한차례 착륙 실패 후 이날 오후 7시6분께 활주로에서 1.8㎞ 떨어진 곳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재착륙 시도 허가를 받은 뒤 연락이 끊겼다. 사고가 난 펑후 섬 일대는 최근 40년 사이 11차례 비행기 사고로 300명에 가까운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항공사고 빈발’지역으로 전해졌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사고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위로의 뜻과 지원 의사를 밝혔다. 관영 신화망(新華網)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을 통해 대만 대륙위원회와 중국 국민당에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대만사무판공실 관계자는 “대만 측이 필요하다면 대륙 측은 어떤 지원과 협조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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