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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북한 응원단의 ‘미인계’

입력
2014.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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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한 남북실무회담이 결렬됐다. 북측은 회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대회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다른 한편에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불신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무회담은 깨졌지만 북측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기정사실로 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응원단의 참석여부는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응원단 참석문제는 결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 2005년 인천아시아육상경기대회까지 세 차례 북측 응원단 방문을 수용한 전례가 있다. 국제관례와 남북 사이의 관례에 따라 정리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남측이 남북관례보다 국제관례를 강조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2006년부터 시작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선되던 남측 국민들의 대북인식이 다시 나빠졌다. 결국 지금까지 악화된 불편한 남북관계가 반영돼 신성한 스포츠행사에 정치논리가 개입되고 서로 상대의 협상태도를 문제삼는 험한 말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실무회담의 쟁점은 선수단 350명과 응원단 350명의 체류비용, 인공기와 한반도기 사용과 관련한 문제, 숙소로 사용할 만경봉호 입항문제 등이다. 남측이 국제관례를 내세운 데는 대규모 방문단의 체류비용 전액을 부담할 경우 또다시 ‘퍼주기’논란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북측 응원단이 대형 인공기를 사용하는데 따른 체제선전과 남남갈등의 우려, 만경봉호의 제주해협 통과가 5·24조치와 충돌하는 문제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체류비로 말하면 1인당 160만원 정도로 700명 전원의 체류비를 우리가 부담한다고 할 경우 11억2,000만원 정도다. 기타 경비를 포함하더라도 15억원에서 20억원이면 된다. 매년 1조원 이상의 남북협력기금의 예산을 가진 우리 경제 능력으로 보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싸움과 기싸움을 하는 것은 악화된 남북관계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 응원단이 참석했던 체육경기대회에서 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도로에 내걸린 남북정상회담 사진에서 김정일 초상이 비에 젖어서는 안된다며 울면서 수거하는 응원단의 돌출행동은 북한 유일체제의 우상화 실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에선 북한 미녀응원단이 ‘미인계’를 써서 대북경계심을 이완시킨다고 우려하지만, 북측 응원단이 참가한다면 많은 관심끌기와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은 이질화된 북측의 기이한 행동을 목격할지도 모르지만, 드레스덴 선언에서 밝혔던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도 북측 응원단의 방문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응원단의 일원으로 왔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응원단의 대부분은 북한 상류층의 자녀들이다.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도 있지만, 이들이 경험할 남쪽사회의 발전상은 북측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통일전선전술도 있겠지만,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역통일전선전술’도 있다. 통일전선전술은 체제역량이 우세한 쪽에서 열세인 쪽을 흡수하는 혁명전술이다. 지금은 남쪽의 역량이 우세하기 때문에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다.

북한이 요구한 대규모 응원단 파견은 양날의 칼일 수 있다. 북측 응원단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한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하겠지만, 이들이 겪을 국력의 차이와 문화적 충격은 북한사회의 변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응원단의 파견여부는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 마련 여부의 관전 포인트는 북한 응원단의 참가여부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수교 교섭 전 먼저 탁구선수들의 친선경기가 있었다. ‘핑퐁외교’가 결실을 거둬 데탕트를 이뤘다. 북한 응원단이 미인계를 써서라도 남북화해를 이룬다면 어떨까.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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