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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울린 한 아버지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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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울린 한 아버지의 사연

입력
2014.07.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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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동영상]

내일 아침 당신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당신이 온라인 상에서 활동했던 기록들은 어떻게 될까. 당신을 그리워할 가족들이 당신의 기록을 열람해보고 싶어 한다면..

미국에서는 최근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미국 미주리주에 사는 존 베를린(John Berlin)씨는 2012년 1월 28일에 아들을 잃었다. 미주리에서 유명한 파이브폴드(Fivefold)라는 밴드에서 리듬 기타 리스트였던 아들 제시 베를린(Jesse Berlin)은 22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는 수면 중에 자연사 했는데 주치의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찾지 못했고 단지 감기 바이러스가 심장에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는 진단을 받았을 뿐이다. 존은 황망하게 아들을 잃고 상심 속에 살아갔다. 그러던 중 베를린씨는 우연히 죽은 아들의 친구들이 올린 페이스북 ‘돌아보기(Lookback)’ 영상을 보게 된다. 페이스북의 ‘돌아보기’는 페이스북이 10주년을 맞아 제공한 깜짝 이벤트 서비스로 가입 때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포스팅 한 글과 사진들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들을 1분짜리 영상으로 모아주는 것이다. 베를린씨는 그 영상에서 생전 아들의 새로운 사진과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기 아들의 ‘돌아보기'영상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다방면으로 페이스북에 아들의 영상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상 임의로 영상을 줄 수 없다고 답한다. 아들의 페이스북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던 노력도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베를린씨는 공개적으로 사연을 알려 사정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휴대폰으로 자신의 호소를 찍어 유튜브에 올린다. 존은 영상에서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에 전한다”며 “2012년 1월 28일에 죽은 우리 아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접근할 수 없었고, 제가 원하는 것은 단지 아들의 돌아보기(Lookback) 영상을 보는 것이다” 라고 간청한다. 이어 그는 “이 영상을 나의 친구들과 당신의 친구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알린다면 제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고 도와준다면 감사하겠다”며 영상을 마친다.

요절한 아들 페이스북 계정의 ‘돌아보기(Lookback)’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호소하는 존 베를린(John Berlin)씨.

베를린씨의 영상은 입소문을 타고 번진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존을 응원하며 영상을 공유해 페이스북에 알리고자 노력한다. 결국 영상은 페이스북 경영진에게까지 전달됐고, 이들은 베를린씨의 아들 제시의 ‘돌아보기'영상을 헌정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베를린씨는 유명 인사가 됐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제 간청 영상을 본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에 전화를 했고 저의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알고 있다”며 “그래서 제 간청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CNN앵커의 질문에 “막내아들은 걸어 다니는 코메디언이었다며, 매 순간 자신과 가족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이었고 그와 함께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매우 그립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의 대변인은 “존 베를린씨의 사연이 우리의 마음을 울렸고 우리는 그의 아들의 돌아보기 영상을 특별 제작했다”며 “살아있는 사람들이 고인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을 돕기 위해 우리도 특별한 정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만든 아들 제스 베를린 씨의 1분 ‘돌아보기(Lookback)’영상.

이 아름다운 스토리는 그러나 많은 시사점을 안고 있다. ‘디지털 유산'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씨의 이야기는 사후에 남겨진 디지털 계정을 인터넷 업체들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후 유족들의 디지털 계정 접근에 관한 법적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 버지니아 주 등 5개 주가 이메일 계정에 대한 유족들의 관리권을 허용했고, 메사추세츠 등 3개 주가 이메일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 법을 채택했다. 유족들에게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2004년 이라크 파병 중 전사한 한 군인을 계기로 유족들의 요청이 있으면 이메일 내용을 CD에 저장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네이버는 자사 프라이버시 센터를 통해 사망한 이용자에 대해서 유가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개된 정보에 한 해서 백업 지원이 가능하며, 사망 증명 시 이용해체 요청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이용자의 ID 이용권한이나 비밀번호 제공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음도 사망자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로 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로 전사한 장병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이메일에 대해 유족들이 계정에 접근하고자 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상우 인턴기자(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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