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이어 쌍용차도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적용 시점엔 노사 이견 첨예
1심 판결 나지 않은 현대차, 노조 "상여금 포함" / 사측 "법대로"
르노삼성은 노조 간 갈등으로 비화
자동차 업계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놓고 폭풍전야의 형국이다.
22일 쌍용자동차는 지난주 한국GM에 이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안을 노조에 전격 제시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이 대세로 굳어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첫 물꼬를 튼 한국GM 노사는 적용 시기를 놓고 맞서면서 파업 가능성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적용 여부를 놓고 노사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 근로 등에 대한 각종 수당을 산정할 때 기준이 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으면 다른 수당도 함께 오르게 돼 실질적 임금 인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돼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른 업종에 비해 잔업이 많은 자동차 업계가 가장 민감하다.
23일 쌍용자동차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진행된 제15차 임단협 교섭에서 현재 800%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복리후생 비용 등 기타수당 적용 여부는 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결정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사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올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늘어난 7만3,941대를 판매하는 등 최근 경영 위기에 벗어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보다 앞서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노조의 추가 인상 요구 등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에서 쌍용차, 한국GM이 먼저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적용 시점을 놓고 ‘임단협 타결 시점부터’라고 주장하는 사측에 맞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부터’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말고도 복직 조합원의 처우 개선, 손해배상ㆍ가압류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겠다는 제안을 했던 한국GM과 노조도 ‘8월 1일자’(사측)와 ‘올해 1월1일부터 소급적용’(노조측)의 입장이 충돌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현대차의 경우 노조 측은 통상임금 확대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라며 ‘법대로’를 외치며 맞서고 있다.
대법원은 5월 한국GM 직원 5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GM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반면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지난해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며 제기한 소송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
현대차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에 아무런 조건이 달려 있지 않은 한국GM, 쌍용차와 달리 현대차는 근로자에게 2개월에 한번 정기상여금을 주되 이 기간 근무일이 15일 미만이면 주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다”며 “대법원도 정기상여금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 임금인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의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요건 중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한국GM과 쌍용차보다 특근, 잔업이 훨씬 많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엄청난 비용이 추가된다. 한국GM은 이번 조치로 생산직은 11.4%, 사무직 4.5% 정도 임금 상승 효과가 있는 반면, 현대차는 20~30% 인상을 예상되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할 경우 현대차 5조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가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르노삼성은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지 않은 대표 노조와 이런 노조를 비판하고 나선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