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치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쉬운 계절이다. 당도 높은 음료나 차갑고 딱딱한 얼음, 아이스크림 섭취가 늘어나고 더위로 인해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등 입 속 건강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소가 많다. 과일은 종류에 따라 치아에 해가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 과일을 고를 땐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운 열대과일보다는 사각사각한 질감의 배나 사과 같은 과일이 적당하다.
○ 배 반 개만 먹어도 치아 사이 찌꺼기 20% 제거 효과
날이 더워지면서 달콤한 팥빙수나 아이스크림, 새콤한 냉면, 톡 쏘는 청량음료를 많이 찾게 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치아 건강에는 해로운 것들이다. 달고 새콤한 음식은 치아를 부식시키거나 치아를 감싸는 법랑질을 녹여 충치나 잇몸병을 유발한다. 때문에 여름철에는 치아 건강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데 갈증이 날 때는 이런 음식 대신 과일을 먹는 것이 현명하다. 과일은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잘 골라 먹으면 치아 건강에도 좋다.
치아에 가장 좋은 과일은 단연 배다. 옛말에 ‘배 먹고 이 닦기’란 속담이 있다. 배를 먹으면 치아까지 닦아진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배는 다른 과일에 비해 씹을 때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데, 이는 배의 과육에 다량으로 분포해 있는 석세포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배 반 개를 먹으면 입 속 프라그(치태)의 20% 정도가 제거되고 1/3개를 먹으면 10% 정도가 제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병원장은 “배를 먹을 때 자잘하게 씹히는 알갱이인 석세포라는 성분이 치아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프라그를 제거해 칫솔질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칫솔이 치아 사이를 닦아내듯 다소 거친 느낌의 석세포가 사포 같은 역할을 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배는 다른 과일에 비해 입자의 크기가 다소 크고 까끌까끌한 느낌이 있어 자연 칫솔질 효과를 낸다. 때문에 배를 먹을 때 여러 번 꼭꼭 씹어서 먹으면 플라그 제거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외에 사각사각한 식감의 사과도 좋다. 사과는 배처럼 석세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식감이 구강 건강에 도움을 준다. 단단한 사과의 과육을 씹는 것은 저작근육인 교근을 발달시킨다. 이를 통해 저작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고 과일 속 섬유질은 치아를 닦아주는 효과를 낸다. 또한 새콤달콤한 사과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타액 분비도 촉진돼 입 안 청결을 유지하고 입 냄새도 예방할 수 있다.
○ 당도 높고 끈적한 열대과일 충치 유발 위험 높아
최근 값도 많이 내리고 맛도 좋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열대과일은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망고나 멜론, 파인애플, 람부탄, 리치 등의 열대과일은 달고 풍부한 과즙 덕에 맛은 좋지만 당도가 높고 끈적한 성질이 많아 충치를 유발할 확률이 높다. 또 대체로 식감이 부드럽고 물컹한 편이라 저작기능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변욱 병원장은 “열대과일처럼 당도가 높은 음식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다량 함유돼 있다”며 “충치를 유발하는 뮤탄스균은 구강 내에 존재하는 음식물 찌꺼기 중 당분을 섭취하고 부산물로 산을 배출하는데, 이 산이 치아의 법랑질을 녹여 치아를 썩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치아의 가장 바깥쪽 단단한 부분인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지만 유독 산에 약하다.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로 산성도가 높아지면 법랑질이 녹는 화학적 손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손상된 치아에 달콤한 음식이 반복해서 닿으면 법랑질이 더 쉽게 벗겨져 치아가 시리고 그 틈으로 충치균이 침투해 충치도 생기기 쉽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발표한 충치유발지수를 보면 캐러멜이나 떡, 초콜릿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당 함량이 많고 끈적끈적한 음식이라는 점이다. 열대과일도 이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어 충치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 때문에 열대과일을 먹을 때는 너무 많이 먹는 것은 피하고, 먹은 다음 칫솔질을 바로 할 수 없다면 물로 입 안을 헹궈내는 것만 해도 도움이 된다.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ㆍ도움말=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 병원장(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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