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하명으로 신설된 부서답지 않다. 첫 부서장이 임명된 지 석 달 만에 사의를 밝히고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더니 후임자는 반 년 만에 외국 기관 파견이 결정됐다.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돼 세 번째 부서장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 곳,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얘기다.
자본시장조사단은 박근혜 정부 최초의 정책적 작품과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주문하면서 4ㆍ18 주가조작 근절 종합대책이 마련됐고, 조사단은 대책 이행의 핵심기구로서 그 해 9월 금융위에 설립됐다. 금융위 검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요원 20여명이 결집한 이 매머드 조직에는 사건신속처리, 강제조사 등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금감원에는 ‘금융중수부’라 불리는 특별조사국이 조사단의 ‘수족’으로 신설됐다.
조사단의 기세는 그러나 김모 단장의 사의 표명으로 해를 넘기기도 전에 풀썩 꺾였다. 옛 재정경제부, 금융위를 거치며 자본시장 사정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았고, 스스로도 “불공정거래 사건을 경험하며 형성된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던 그는 ‘네트워크’를 거느리고 대기업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도(?) 관피아 논란이 일기 전이었다. 떠나겠다는 사람을 한달 넘게 자리에 앉혀두는 파행 끝에 후임자를 임명한 금융위는 그마저도 여섯 달 만에 국제금융기구(IMF) 파견 요원으로 징발했다. 설상가상, 조사단 조사기획관을 맡고 있던 ‘금융통’ 부장검사가 검찰로 복귀하면서 리더십 공백은 한층 커졌다.
조직의 중심축이 흔들리면서 조사단 내부도 편치 않아 보인다. 애초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지닌 기관들이 한데 모인 터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았던 터. 공무원 직급으로 4급인 단장 밑에 2급 부장검사를 파견한 ‘강수’를 둔 검찰이 결국 조직을 장악했다거나, 조사단의 역할이 금융위 자본시장국이나 금감원 특별조사국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지적 등이 비근한 예다.
무엇보다 조사단이 리더십 부재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조사단 출범 후 불공정거래가 대폭 줄었다”는 공치사를 압도하고 있다. “대통령 지시를 이행한다는 생색은 금융위가 내고 일은 죄다 우리가 떠맡는다”(금감원 관계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개인투자자를 절망에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했던 대통령의 뜻은 빛이 바래고 있다.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