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결의안 환영하며 중립… 정부도 언론도 러 입장 옹호
중국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과 관련, 사실상 러시아의 편에 섰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찰떡 공조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조사단의 즉각적인 현장 접근과 조사 보장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관련,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왕 부장은 “298명의 생명이 비행기 추락으로 한 순간에 사라진 비극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며 “중국은 줄곧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국제 조사를 주장해 왔으며 안보리 결의는 이러한 중국의 입장이 체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왕 부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결의안 대로 국제조사단원들이 현장으로 진입,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는 것”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엔 누구도 억측이나 예단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인위적인 정치화를 피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표면상으로는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러시아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의 비판과 책임 추궁에 몰리자 “사건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관영 신화통신도 사건 발생 후 한 사설에서 “누가 책임이 있는지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공정한 조사와 사태 수습 노력을 훼손시킬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서방은 이미 러시아를 주요 혐의자로 여기고 있다”며 “그러나 전 세계가 원하는 것은 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신밀월기에 진입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실 미국의 포위에 봉쇄된 중국과 미국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동병상련 처지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무려 8차례나 만나며 찰떡 궁합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차를 놓고 20년을 끌던 4,000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천연가스 중국 공급 계약도 지난 5월 체결됐다. 시 주석이 말레이시아 항공기 피격 사건 직후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를 표명하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에 방점을 찍은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중국은 크림반도 사태 때도 사실상 러시아의 편을 든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국익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해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도 결국 눈을 감았다는 비판까지 피하긴 힘들 전망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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