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이 형, 인돈이 형, 영룡이 형, 병국아, 은교야. 생사의 갈림길에서 두려웠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세요.”
지난 17일 광주 도심 소방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정성철(52) 소방령, 박인돈(50) 소방경, 안병국(39) 소방위, 신영룡(42) 소방장, 이은교(31) 소방교의 영결식이 22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별관 앞에서 엄수됐다. 이날 하늘도 먹구름을 잔뜩 머금어 순직 대원과의 영원한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 했다.
동료 조종사인 정장훈(41) 소방장이 “자신과 가족보다도, 다른 많은 이들을 위해 살다 가셨기에 더욱 더 아쉬움과 슬픔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애도사에 이어 산화한 대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자, 유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헌화에 나선 유족들은 아들과 남편, 아빠, 삼촌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비통해했다. 한 유가족은 영정 앞에 놓인 아들의 정모와 훈장을 들고 오열했고, 엄마 품에서 곤히 잠든 안병국 소방위의 다섯 살 난 딸의 모습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또 ‘아빠 보고프면 소방서에 갈래요. 낮에도 밤에도 아빠 생각만 할래요’라고 적힌 박인돈 소방경의 딸이 쓴 편지가 공개되자 영결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조사에서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려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난 그대들이 그리울 것”이라며 순직 소방관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했다. 김성곤 강원소방본부장은 “재난현장 어디라도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인명 구조에 나섰던 그대들은 진정한 영웅이자 모든 소방관의 표상이었다”고 기렸다.
순직 대원들을 태운 운구 차는 도청 청사 앞에 늘어선 동료 소방관들의 거수경례와 “영면하시라”는 신음 섞인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영결식장을 떠났다. 이날 오전 춘천시 동산면 안식원에서 화장된 대원들의 시신은 대전 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돼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영결식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낙연 전남지사,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의원,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이재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과 동료 소방관, 시민 등 1,000여명이 소방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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