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협회 비상대책반 가동 국내시장 방어 총력
원산지 확인 가능한 QR 시스템 ‘큐리얼’ 도입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증가로 이중고에 시달리자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출범시켰다. 국내 철강회사들이 회원으로 구성된 철강협회는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강재를 적발하기 위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철강협회는 22일 오후 서울 가락동 협회 회의실에서 임원 간담회를 갖고 “위기극복 차원에서 앞으로 철강산업 비상대책반 체제로 운영할 것”을 선포했다. 대책반은 앞으로 오일환 상근 부회장을 반장으로 수입대응분과와 시장정상화분과 등 2개 분과로 운영되며, 업계의 위기상황을 공유하고 수입 철강재에 대한 국내시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철강협회 회원이 모두 참가해 비상대책반이 운영되기는 사실상 처음으로 그 만큼 철강업계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철강재 수입은 1,121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5.5%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산이 655만톤에 달해 지난해보다 31%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수입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도 40%를 돌파했다. 특히 열연강판의 경우 중국산 수입물량은 56.6%, 컬러강판은 91.7% 증가하는 등 전 품목에서 중국산의 국내시장 유입이 늘어났다.
중국산 수입이 급증한 이유는 자국 내에서 과잉생산으로 남아도는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한 영향이 크다. 실제로 원가 이하로 수출하는 중국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열연코일의 경우 국내산보다 18.6%나 싸다.
더 큰 문제는 품질은 떨어지는데 원산지를 국산으로 속인 철강재가 급증해 중소 철강업체를 고사직전에 빠뜨리는 등 국내 철강 유통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불량 철강재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금새 드러나지 않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철강재의 원산지 및 품질검사 증명서(MTC)를 확인할 수 있는 QR 시스템인 ‘큐리얼(QReal)’을 선보였다. 품질검사 증명서란 철강제품 출하시 제품의 화학성분과 기계적 성질 및 제조사 등 원산지 정보를 표기한 증명서를 일컫는다.
그 동안 철강제품의 품질검사 증명서는 사본 형태로 유통돼 위변조가 이뤄져도 판독이 힘들기 때문에 수입산 철강재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휴대폰 앱스토어를 통해 큐리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은 후 품질검사증명서의 QR코드에 스캔하면 위변조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큐리얼이 회원사 서버에 접속돼 품질검사 증명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부적합 철강재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큐리얼 도입을 계기로 원산지 표시 제품을 확대하고 업계의 형사고소 및 반덤핑 제소를 지원하는 등 수입 철강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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