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한때 연고점
국내 금융투자시장에 ‘배당 훈풍’이 불고 있다. “사내유보금을 풀어 배당을 늘리게 하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강한 의지가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이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03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점(2,025.17)을 갈아치웠다. 비록 장 후반 차익실현에 나선 기관 매도세에 밀리기는 했지만, 최근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타며 오랜 박스권 행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상당하다.
증시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배당 확대에 대한 강한 기대감. 고배당주는 벌써부터 크게 출렁이고 있다. 2013회계연도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높았던(21.18%) 덕양산업의 경우 최근 한달 간 주가가 10% 가까이 올랐고, SK텔레콤, 코웨이 등 전통적 고배당주들도 고공행진 중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배당주 펀드의 경우 16일 현재 올해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자금 순유입(3,016억원)이 이뤄졌을 정도다.
우선주도 상승세다. 코스피200지수 구성종목 중 우선주(51개 종목)의 경우 올해 40.8%의 주가상승률은 보인 반면 보통주는 3.9%에 그쳤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배당수익률이 워낙 낮고 거래량도 적어 그 동안 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아왔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고배당주는 보통 가을 정도에 주가 차익과 연말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 부총리가 들어서면서 일찍부터 출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거래소 차원에서 상장기업 배당 촉진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마련하고 상품성 있는 새로운 배당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혀 배당 확대 기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국내 상장법인 상당수가 재투자가 필수인 제조분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배당 확대에 적잖은 걸림돌. 또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30%가 훨씬 넘는 상황에서 자칫 고배당이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반감을 불러올 소지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늘리는데 적극 나서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러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젠 배당을 투자자에 대한 환원으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며 “국내 주식시장도 배당 등 제도적으로 선진 시장에 맞춰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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