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를 모으기 시작했다. 웬 뒷북인가 싶긴 하다. 편지는 이메일로 대신한다. 소포는 택배로 오간다. 보낼 물건이 있어 간혹 우체국에 가도 증지 스티커를 사용한다. 그렇건만 새삼 우표에 마음이 쏠린 건 몇 달 전 책을 낸 후였다. 지인들에게 보낼 일이 있을 때마다 무겁게 짊어지고 우체국을 찾는 게 번거로워 직원에게 증지만 따로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날짜가 미리 찍혀 나오거든요. 무게가 확실하면 우표 사두시면 되는데…” 그래서 여러 장을 샀다. 박새 우표가 있었다. 우정국을 세운 홍영식 우표도 있었다. 물끄러미 보다가 침을 묻혀 봉투에 붙였다. 혀에 우표의 맛이 돌았다. 반가웠다. 지인의 주소를 적어 집 앞 우체통에 넣고 나니 워낙 오랜만이라 약간의 설렘과 근심이 뒤섞였다. 제대로 갈까. 다시 침을 묻혀 또 한 장의 우표를 봉투에 붙이고 이번엔 우리 집 주소를 수신지로 적어 다른 구역의 우체통에 넣었다. 며칠 후 두 통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하나는 내가 내게 보낸 봉투. 또 하나는 내 책을 받은 지인의 답장. 우표가 붙어 있어 한결 기뻤다며, 그녀 역시 우표를 붙여 엽서를 보내왔다. 보낸 자리에서 받는 자리까지, 소인이 찍힌 우표에는 길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 요즘은 그저 우체국에 들러 금동대탑, 꽈리, 울진대게, 이런 도안이 담긴 우표들을 산다. 우표 때문에, 아무에게나 아무것이라도 보내고 싶어진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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