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 규제완화책 이후 "집 사겠다" 문의 늘어
전셋값 가파른 상승세는 불안 "경기부양, 주거안정 해칠라" 우려
“지난주부터 집을 사겠다는 전화가 늘었습니다.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시장이 모처럼 회복세로 돌아선 분위기죠. 정부의 최종 발표 전이라 실제 거래가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지만 확실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서울 대치동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전철씨)
주택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2ㆍ26 임대차 선진화 방안(임대소득 과세) 이후 좀처럼 꿈쩍하지 않던 시장이 5개월 가량 만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2주택자 전세 임대소득 과세방안 철회 등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가 고스란히 시장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누가 뭐래도 ‘최경환 효과’다. 부동산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업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서민 주거안정은 온데 간데 없이 빚만 늘려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 한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20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0.01% 올라 3월 셋째 주 이후 17주 만에 오름세를 기록했다. 매매가 상승의 중심에 선 것은 바로 재건축 단지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아파트 112㎡의 경우 지난달 말 10억8,000만~10억9,000만원이던 매매호가가 최근 11억2,000만~11억3,000만원으로 3,000~4,000만원 가량 뛰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42㎡는 불과 1주일 전 6억7,500만원에 팔렸지만, 지금은 호가가 6억9,000만원~7억원선에 달한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DTIㆍLTV 완화 방침이 나오면서 집 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시장은 정부의 2주택 전세소득 과세 철회 방침에도 반응했다. 서울 반포동 P공인중개소 권창오 사장은 “2주택 보유자 중 집을 팔려고 내놨던 일부 고객이 지난주 정부의 철회 방침이 발표된 후 매도를 보류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회복세를 단정하기 어렵다”(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는 시각도 적지 않지만, 이번 주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이 발표되는 등 부동산 부양책이 나오면 매매시장은 견고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음에도 전셋값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 달 들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3%(첫째 주) →0.04%(둘째 주) →0.05%(셋째 주) 등 매주 상승폭을 확대해가는 추세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추진으로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2만8,000여 가구 가량이 전세 이주가 예상되면서 서울 지역에 도미노 식 전셋값 상승을 불러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뛸 경우 부동산 경기 부양이라는 정부의 정책이 서민 주거안정 훼손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동원된 빚이 향후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최근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국내 은행권에도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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