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협약 맺고 감자 등 5년간 14만톤 구매키로
전남 나주에서 9년째 수미감자 밭을 운영하는 노경두(57) 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식품업체 농심과 연말까지 700톤의 수미감자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공급 수량을 맞추기 위해 올 들어 감자 재배량을 대폭 늘린 노씨는 “기업이 직접 나서서 국산 감자를 구매하겠다고 하니 반갑다”며 “최근 더 좋은 품질의 감자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나주 외에 전남 해남, 경북 고령, 강원 대관령 등의 감자 농가에서 매년 수미감자를 구매한다.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파종부터 수확 때까지 연 4회 이상 직원들이 직접 산지를 방문하기도 한다.
농심이 지역사회 소득 증대 등 나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바탕에는 바로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이웃과 나누고 함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명 ‘농심철학’이 있다. 농심은 이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 공헌이 널리 강조되기 전부터 이웃과 공동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에 앞장서 왔다.
지역사회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이른바 ‘농민 상생 프로젝트’는 농심이 올해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국산 원재료의 비중을 높여 지역 농가의 발전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심은 지난 4월 30일 농림축산식품부, 동반성장위원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감자연구회 등과 함께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동반성장 협약식’을 갖고 국산 감자와 한우 사골의 구매를 늘려 나가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농심은 농업인과 협력을 통해 국산 농축산물의 고부가가치화로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농업인과 기업,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협약으로 농심은 향후 5년 간 감자 등 국산 농축산물 14만 1,000톤을 구매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구매한 2만400여 톤의 6.8배다. 특히 생감자는 지난해 구매량이 1만 6,200톤이었지만 협약 체결로 2020년에 2만 6,000톤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미 전국 450여 개 농가와 사전 구매계약을 맺고 올해 약 2만여 톤의 감자 수매 계획을 세운 바 있는 농심은 이 같은 움직임이 감자 농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앞으로도 감자를 재료로 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산 감자 구매를 늘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심은 한우 사골 또한 올해 600톤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1,200톤을 구매한다. 기업이 한우 사골을 직접 구매할 경우 일시적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만큼 축산전문 가공업체를 통해 간접 구입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급과 농가의 소득 증가에 기여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구매한 600톤은 지난해 국내 한우사골 생산규모인 1만8,300여 톤의 약 3%에 해당하는 물량”이라며 “이렇게 구매한 한우 사골은 신라면 블랙 제품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농가와 상생 외에 농심은 ‘사회공헌단’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공헌 활동 역시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농심 사회공헌단은 서울, 안양, 안성, 아산, 구미, 부산, 녹산 등 농심의 사업장이 있는 곳마다 조직돼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봉사활동을 펼치는 모임이다. 올해 사회공헌단은 5월 24일 직원들의 월급을 모아 구입한 라면 5,000개를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전달하고, 무료급식 봉사를 실시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권용현 팀장은 “100명 가까운 농심 직원들이 올해로 10년 째 찾아오고 있다”며“농심에서 라면 별식을 제공하는 날이면 유독 많은 노인들이 식당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각 사업장에서는 지역환경 살리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서울 보라매공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안양 안양천, 안성 모산리길, 아산 매곡천, 부산 낙동강, 삼락공원 등에서 매년 진행되는 지역환경 살리기 운동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우수사례로 꼽고 있다.
식품 업체의 특성을 잘 살린 ‘사랑나눔 맛차’도 농심이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 농심이 직접 고안한 캠핑카 형식의 맛차에 라면과 스낵, 음료 등 최대 60인분을 싣고 지역 아동센터나 공부방, 보육원,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간식을 제공하는 이동식 서비스다.
특히 이 같은 나눔 활동들은 농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을 모아 조성하는 ‘해피펀드’로 진행돼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2007년 5월 처음 만들어진 해피펀드는 매달 자신이 희망한 금액이 월급에서 자동이체되는 방식으로 모금되는데, 올해 누적 금액이 7억원을 넘어섰다. 해피펀드는 지역봉사뿐 아니라 제품기부와 복지기관 시설보수, 급식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쓰이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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