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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미술 1세대, 그들은 여전히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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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미술 1세대, 그들은 여전히 진행형

입력
2014.07.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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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 "시대 바뀌면 작풍도 변화...정체성 없다는 평가 의식하며 작업 안해"

이건용,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달팽이 걸음' 등 전시. 동선 따라가 보면 작가의 도발적 선언이

김구림 ‘음양 6-S 61’. 2006. 패널에 혼합매체. 30x23x3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김구림 ‘음양 6-S 61’. 2006. 패널에 혼합매체. 30x23x3cm.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한국 현대미술에서 전위적 실험이 등장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미술이라고 하면 그림이나 조각이 전부인 줄 알던 그 시절, 젊은 작가들이 다양한 실험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오브제, 개념미술, 대지미술, 퍼포먼스, 설치 등 당시로선 낯설고 희한해 보이는 작업이 만개해 1970년대까지 활발하게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색 추상화가 국내 화단을 휩쓸면서 퇴조했고, 민중미술의 시대인 1980년대를 지나면서 아방가르드 1세대는 잊혀졌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78)과 이건용(72)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과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두 사람은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주도한 중요한 작가이지만, 2000년대에 와서야 재발굴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구림은 1960년대 초부터 아방가르드로 나섰고, 이건용의 실험적 작업은 1970년대에 두드러졌다. 한국 현대미술에 끼친 영향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작가들이기도 하다.

아라리오갤러리의 김구림 개인전은 서울(7월 17일~8월 24일)과 천안(7월 29일~10월 5일)에서 나란히 열린다. 천안 전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조각, 영상, 회화, 다큐멘테이션 기록 40여 점을 모았다. 서울에서는 15년 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2000년 이후의 작업 16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서울 전시는 그의 실험이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회화와 오브제를 결합한 ‘음양’ 시리즈, 오래 전 읽었던 노자ㆍ장자 등 동양 고전의 누렇게 바랜 책에 구멍을 뚫고 야한 사진을 콜라주한 ‘진한 장미’ 시리즈를 볼 수 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주변을 의식하고 작업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화단에서는 나를 이단아 취급하지만, 남들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 없다. 내 작업이 계속 바뀌니까 정체성이 없다고들 하는데, 모르는 소리다. 시대가 변하면 작품의 표현 양식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작가는 항상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

김구림은 2011년 김달진미술연구소가 미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재조명해야 할 한국 현대미술 작가’ 2위로 꼽혔다. 2012년에는 영국의 세계적 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 퍼포먼스 전시에 그를 초청했다. 한국인 작가 초청은 백남준 이후 두 번째였다. 국내에서는 2000년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귀국전과 2013년 서울시립미술관의 회고전을 통해 재평가가 시작됐지만, 아직 멀었다. 그는 “제작비나 전시장 조건 때문에 구상만 해놓고 발표하지 못한 작품이 많다“고 아쉬워한다.

이건용 ‘신체드로잉 76-3-07-04’. 2007. 130X162cm
이건용 ‘신체드로잉 76-3-07-04’. 2007. 130X162cm
이건용 설치작품 ‘관계항-78’. 1978. 20x168x128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건용 설치작품 ‘관계항-78’. 1978. 20x168x128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달팽이 걸음-이건용’(6월 24일~12월 14일)은 그의 작품세계 40여 년을 정리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으로 회화, 조각, 드로잉, 설치, 영상 등 8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달팽이 걸음’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발표한 퍼포먼스로 한국 현대미술의 명장면 중 하나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분필로 선을 그으면서 달팽이처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통해 느림과 시간을 성찰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를 뿌리가 박힌 지층과 함께 통째로 옮겨온 듯한 대형 설치작품 ‘신체항’, 그림은 왜 화면을 마주보면서 그려야 하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화면 뒤에서, 옆에서, 화면을 등진 채, 또는 뉘어 놓고 불편한 자세로 작업한 ‘신체 드로잉’ 연작 등 대표작도 볼 수 있다. 관람 동선의 끝부분에는 ‘인생은 짧고 예술도 짧다’라는 도발적 선언이 기다리고 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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