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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압박' 말레이 항공만 우크라 동부 날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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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압박' 말레이 항공만 우크라 동부 날았나?

입력
2014.07.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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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아끼려 최단루트 고집' 부인

추락한 말레이시아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인 보잉 777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락한 말레이시아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인 보잉 777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말레이시아항공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아무도 다니지 않는 위험한 노선을 무리하게 운항한 것일까.

리우 티옹 라이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피격 항공편인 MH17이 당시 비행한 항로는 ‘하늘 고속도로’와 같이 많은 항공편들로 붐비는 노선”이라며 “격추되기 전 이틀간 75대의 비행기가 같은 노선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MH17편이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격추될 당시 25㎞ 떨어진 하늘을 에어인디아 여객기가, 역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도 날고 있었다. 특히 뉴델리를 출발해 영국 버밍엄으로 가던 에어인디아 여객기는 90초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말레이항공만 위험을 무릅쓰고 분쟁지역의 하늘을 날았던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지난 4월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가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상공 운항을 피하라고 권고한 적이 있지만 동부 지역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 ICAO가 위험 항로를 사전 경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앤서니 필빈 ICAO 대변인은 18일 “우리는 특정국 영공의 안전 여부를 사전 경고할 의무가 없다”며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잠재적 위험을 주변국에 알리는 것은 회원국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14일 이후 고도 3만2,000피트(9,750m) 이하 비행만 제한해왔다. 이번 말레이기는 그보다 높이 날다 변을 당했다. 리우 장관이 또 피격 여객기가 당시 현지 관제소가 지정해 안전한 것으로 판단되는 고도를 따라 비행했다며 “말레이항공은 규정을 준수했지만 지상에서 ‘전쟁 관련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말레이항공을 비롯해 많은 여객기들이 이 노선을 유지한 것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이 유럽에서 동남아시아로 가는 최단 루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우크라이나군 수송기 안토노프(An)-26이 미사일에 격추된 뒤로 하루 평균 350대 정도 지나던 비행기가 30%쯤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를 비롯해 그 전부터 이 지역을 우회해 운항한 항공사도 있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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