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업 홍보한지 1년째
100곳 추진했지만 30여곳만 운영
학교 측은 운용 인력 부족하고
교사 출퇴근 불편 등 이유로 난색
경찰은 교통 정체 우려로 소극적
서울시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등하교 차량통행제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의 비협조 속에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교통 정체 민원을 더 걱정하는 경찰이나, 자신들의 출퇴근길 자가용 이용이 불편해진다는 교직원, 안내 팻말을 설치할 인력이 부족하다며 거부하는 학교들 때문에 소중한 어린이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등하교 차량통행제한제’는 지난 5년간 교통사고가 발생한 스쿨존 가운데 우회도로가 있어 도로 통행을 막을 수 있는 곳을 선정, 오전 8시~8시 30분과 오후 2시 30분~3시에 차량 통행을 막는 제도다. 시와 자치구가 조건을 충족한 지역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하고 학교가 참여를 원할 시 관할 경찰서와 협의, 해당시간에 한해 도로를 통제한다. 시가 도로에 우회도로를 안내하는 표지판과 도로 바닥 안내 문구 등을 표시하면 학교는 해당 시간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차량 통행을 제한한다.
이 제도는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펴낸 공약집 ‘101가지 프러포즈’에 ‘시민의 삶을 바꾸는 작은 공약’으로 소개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공약집에서 사례로 든 일본 도쿄의 토미가야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주변 500m 반경 지역을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오전 7시 30분~9시, 오후 3~5시 차량 진입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스쿨존 주변에서 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나오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내 표지와 반사거울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 지도를 돕고 있다.
하지만 시가 사업을 홍보하고 추진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시가 선정한 100곳 가운데 학교 측이 참여 의사를 밝혀 실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총 36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 중 두 곳은 재개발로 인해 잠정 중단됐다.
해당 사업의 경우 학교와 경찰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중요하지만 해당 기관들이 사업 참여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이 되는 학교 상당수가 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관리가 어렵고 교통 불편이 우려된다며 시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대문구 A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후문과 접한 30m 이면 도로 구간을 통행제한구역으로 설정하려고 했으나 학교 측 반대로 무산됐다. 이 도로가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시간마다 차량 진입을 막는 바리케이트나 표지판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운용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근 B초등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관할 구청에서 학교 후문과 인접한 하천변 도로를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으나 학교 측이 소속 교사들의 주차가 불편해진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후문에 접한 일방통행 도로를 막으면 차를 가져온 교사들이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150m 상당을 돌아가야 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출퇴근 길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에게는 동의를 받았지만 정작 학교 선생님들의 불편을 이유로 무산돼 안타까웠던 경우”라면서 “도로 통제로 인해 불편을 감당해야 하는 주민보다 등하교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학교를 설득하기가 오히려 힘들다”고 털어놨다.
통행제한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관할 경찰서 역시 협조가 쉽지 않다. 강동구 C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주민 동의를 받아 학교 정문과 접한 이면 도로에 대한 통행 제한을 신청했으나 경찰 측이 교통 정체를 이유로 반대, 심의과정에서 무산됐다.
시 차원에서 학교와 관할 교육청, 경찰서를 상대로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지만 현재로서는 묘안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 정착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보행 안전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다 보니 성과가 미미한 상태”라면서 “어린이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 등과 병행 추진해 보행자 중심의 교통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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