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10년간 1조원 투자
대한민국 미래 위해 변화 필요
청소년에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해야
월드컵이 끝났다. 10년 전 녹슨 전차로 세계 무대에서 밀려 났던 독일이 10년 간의 투자와 착실한 준비로 다시 정상에 섰다. 그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유소년에 대한 축구 역량 강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전국 각지에 축구센터를 지어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고 자국의 축구 리그를 탄탄하게 하는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독일이 지난 10년 간 유소년 축구 지원에 투자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소년들이 축구와 같은 스포츠를 즐기고 운동장에서 뛰어 놀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월드컵 우승 이상으로 나라의 건강하고 생산적인 인적 자원 양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 첫째,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길수록 운동이 몸에 배고 신체가 건강해진다. 나이가 들어서 걸릴 수 있는 만성 신체질환들을 생활습관병이라고 한다. 즉 스트레스 받고, 많이 먹고, 적게 움직여서 생기는 병들이란 뜻이다. 운동은 만성 질환을 예방한다. 결과적으로 나이가 들었을 때 의료비 지출이 줄어 든다. 둘째, 축구와 같은 스포츠는 팀이 하는 것이다. 혼자 아무리 공을 잘 차도 동료의 협력 없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팀을 통해 조직의 운영과 의사 소통, 협력과 역할 분담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특히 스포츠 팀에서 학습은 머리로 배워서 아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성인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 기능을 할 때에 필요한 덕목들을 뛰어 놀며 습득한다.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이유로 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중요시 한다. 마지막으로 유소년 스포츠 지원 사업을 통해 스포츠 관련 산업이 번창하고 건강한 여가 문화가 조성된다. 주말에 아이들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가 동네에서 열리면 가족 모두 손을 잡고 나가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스포츠 저변이 확대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이 생긴다. 축구만 잘해도 반드시 스타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축구를 가르치거나 축구 용품을 팔면서 먹고 살 수 있게 된다. 유흥에 기반한 지하 경제가 아니라 건전한 스포츠 관련 시장이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운동장에서 뛰어 놀지 않는다.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학교에서 늦게 끝나고 이후엔 또 학원에 가야 한다. 그리고 마땅히 뛰어 놀 공간도 없다. 시간이 나면 주로 컴퓨터 게임을 한다. 최근 도무지 동네에서 즐겁게 축구나 농구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다. 지금보다 못 살던 옛 시절에 아이들은 동네 골목에서 놀았다. 구슬치기를 하고 공놀이를 하면서 나름대로 만든 규칙을 서로 공유하고 의사소통을 해나갔다. 아이들이 지금은 학업에 지쳐 있다가 남는 자투리 시간에 주로 컴퓨터 게임을 한다. 정해진 규칙에 순응하고 얼굴도 모르는 남들과 채팅으로 대화하면서 게임의 질서에 편입되고 중독된다. 마우스나 키보드를 움직이는 손만 분주할 뿐 의자에 몇 시간이고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집중한다. 이런 성장 환경에서 신체 건강하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양질의 인적 자원이 배출될 수 있을까?
축구를 잘해서 월드컵 우승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변화가 필요하다. 한 두 명의 천재가 전부를 책임질 수 없다. 축구의 신이라고 불린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후보와 주전 선수 간의 차이가 거의 없는 독일에게 결승전에서 패했다. 아이들을 무조건 놀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과 준비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 서로 대화하게 하고 어느 한 팀의 구성원으로 기능하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예술, 문화 활동 모두 좋다. 우리의 사랑스런 청소년들이 입시 지옥과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다른 기회와 가치를 주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무엇이 중요한 지를 따지고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출산률 저하로 이제 한 명의 아이가 너무나도 중요한 미래의 인적 자원이 되었다. 입시 경쟁 속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일방적인 수업을 기계적으로 듣다가 지쳐서 잠드는 현실 상황을 바꾸어 뛰어 놀며 서로 이름을 활기차게 부르는 교육 환경으로 변화해야 한다. 월드컵 우승을 위해서도 또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희망이다.
기선완 국제성모병원 기획조정실장ㆍ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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