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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의 직장도 '정신병원' 입니까?

입력
2014.07.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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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에 찌들은 한 직장인이 사무실컴퓨터 앞에 앉아 괴로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곤에 찌들은 한 직장인이 사무실컴퓨터 앞에 앉아 괴로워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 모 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에는 팝송을 개사해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노래로 풀어놓는 꼭지가 있다. 직장인으로 분한 등장인물 4명은 과거 한때 직장생활에 대해 품은 희망을 회상하다가 돌연 "그래서 지금은…"이라며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찌든 힘없는 월급쟁이 처지를 한탄한다.

나름대로 합리성과 장인정신 등 바람직한 기업문화를 갖췄을 듯한 독일에서도 직장생활이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독일의 직장을 '정신병원'에 비유한 책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를 쓴 의사소통 전문가 마르틴 베를레는 2012년 후속작 격인 '나는 여전히 늘 정신병원에서 일한다'를 펴냈다.

최근 '미치거나 살아남거나'(라이프맵)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이 책은 전작에서 저자가 폭로한 독일 직장문화의 실체에 수많은 독자가 화답한 결과물이다. '나는 정신병원으로 출근한다'를 읽은 직장인들은 2천건이 넘는 전자우편을 보내 '요지경'인 자신들의 직장생활 사례를 저자에게 제보했다고 한다.

시종일관 '회사'나 '직장' 대신 '정신병원'이라는 단어를 쓰는 저자는 책을 이렇게 시작한다.

"독일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런 말을 덧붙여야 한다. 기껏해야 하루 16시간만 민주주의다. 나머지 시간, 그러니까 회사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은 빼야 한다. 그곳에선 논리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무실이 위층에 있는 사람이 무조건 옳다. 참고로 말하면, 직원들은 주로 아래층에서 일한다."(15쪽)

회사로 걸려 온 폭파 협박전화가 거짓말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대피 지시를 하지 않아 직원들이 나중에 신문을 보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 한 어느 대기업, 직원들의 절도를 의심해 호주머니 없는 유니폼을 입게 한 회사, 직원의 부고까지 회사 홍보에 활용하는 업체 등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제보가 즐비하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은밀히 '섹스 파티'를 열어줬다는 해외토픽 같은 일부터 계약직 직원 착취, 회사에 비판적인 직원 왕따시키기 등 명백한 인권침해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례가 소개된다. 실소할 만큼 어처구니없으면서도 마냥 웃기가 씁쓸해지는 것은 아마 한국의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작을 읽은 한 기자가 저자에게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독일 기업들이 정말 그렇게 미쳤다면 어떻게 그처럼 승승장구할 수 있나?"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동력장치를 끈다고 비행기가 금방 하늘에서 떨어지나? 하지만 결국 정신병 경영은 기업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저자는 "정신병원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제때 낙하산을 펼치고 뛰어내리는 쪽이 현명하다"고 강조한다. 회사를 과감히 그만두라는 얘긴데, 말처럼 쉬울까 싶다. 저자는 그럴 수 없다면 "회사의 약점을 웃음거리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유머는 정서적 거리를 전제로 하고, 거리는 상처를 막아 준다는 이유에서다.

라이프맵. 332쪽. 1만4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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