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9)씨는 2007년 6월 장기 출장 중인 남편을 만나러 딸과 영국을 찾았다. 하지만 남편은 회사 일로 바빠 같이 식사할 짬도 없었다. 김씨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관광을 하다 가이드 박모(43)씨를 만났다. 박씨는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장교로 복무 중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 금융감독원에 들어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은 공무원 해외연수로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귀국한 지 얼마 후 박씨에게 ‘연수기간이 끝나 한국에 들어왔다’는 연락이 왔다. 여섯 살 연하인 박씨와의 불륜은 5년간 이어졌다. 만나면서 용돈을 받아가던 박씨가 요구하는 액수는 점차 커졌다. 급기야 사업자금을 달라고 했고, 김씨가 거절하자 “남편에게 다 털어놓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박씨는 “러시아 마피아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쫓기고 있는데 당신을 보증인으로 소개했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2012년 9~12월 24회에 걸쳐 현금 1억여원과 금팔찌(40만원 상당) 등을 뜯어갔다. 김씨는 사채 3,000만원까지 끌어 썼다.
김씨는 협박을 더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경찰에 박씨를 고소했다. 조사 결과 박씨는 사채 빚 때문에 10년 전 출국한 뒤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을 떠돌다 김씨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임시로 여행 가이드를 했을 뿐 유학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학을 다닌 적이 없었다. 그는 김씨에게 뜯어낸 돈을 도박자금으로 모두 탕진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단독 박정길 판사는 박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판사는 “2000년 사기죄, 협박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박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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