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대표적 악습으로 꼽혀 온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이 재현됐다. 부산지검 소속으로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근무하던 이영상(사법연수원 29기) 부부장검사가 하루 전 사표를 내고 지난 1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긴 사실이 한국일보 보도(18일자 2면)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임명 직전 사표를 제출해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금지한 검찰청법 규정을 교묘히 피한 이 같은 꼼수 인사는 박근혜 정부 들어 벌써 여섯 번째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무시로 뒤집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검사 차출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 때 시작됐다. 검사들은 주로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며 대통령의 의중을 검찰에 전하는 등 정치적 압력 행사에 활용됐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1997년 검찰청법에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됐으나, 곧 검사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청와대로 불러들이고 근무가 끝나면 검사로 재임용하는 꼼수가 등장했다. 이런 편법 파견은 김대중 정부 말기 잠시 중단됐다가 노무현 정부 때 부활했고, 이명박 정부 시절 더욱 기승을 부렸다.
특히 박 대통령은 스스로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놓고 취임하자마자 이중희(사법연수원 23기) 부장검사를 민정비서관에 임명했다. 비판이 거세자 청와대와 법무부는 “이 비서관의 검찰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국 식언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 검사로 재임용된 이 전 비서관은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한직이라는 법무연수원에 배치됐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전례에 따라 머지않아 요직에 기용되리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됐다가 복귀한 검사들은 줄줄이 승진하고 요직을 꿰찼다. 이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를 즐기는 사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청와대에선 민정수석실의 업무 특성상 검사가 필요하다는 변명을 내놓는다지만, 굳이 현직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수검사 출신 변호사 기용 등 대안은 얼마든지 있다.
파견 검사를 매개로 한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수뇌부의 검은 커넥션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힘주어 말해 온 ‘적폐’의 표본이며, ‘국가혁신’의 최우선 대상이다. 이영상 검사의 행정관 임명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 전임 김우석 행정관의 검찰 복귀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청와대의 인사 참사, ‘정치검찰’의 오명을 쓰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검찰의 행태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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