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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능·졸속 행정의 전형, 광역버스 입석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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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능·졸속 행정의 전형, 광역버스 입석금지

입력
2014.07.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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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치는 탁상행정, 졸속행정의 전형이다.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아침 수도권 일대 버스정류장에서는 출근대란이 벌어졌다. 좌석이 찬 버스들이 더 이상의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가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인터넷과 SNS에서 경기, 인천일대 주민들의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입석 통제는 다음날 슬그머니 사라졌다. 시민들을 실험용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운행 전면 금지가 입법예고 된 것은 지난 5월이다. 국토교통부는 세월호 참사로 안전이 화두에 오르자 광역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적발되면 운전기사와 버스회사를 제재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고속주행 버스에서 승객이 서 있는 것은 위험천만한 만큼 안전 운행을 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국토부가 입법예고를 해놓고 시행일까지 두 달 동안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했다는데 있다. 국토부는 “광역버스 증차를 추진 중이어서 시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증차와 버스노선 변경 등으로 200여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입석 승차인원이 하루 평균 1만5,000명으로 증차 버스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해도 9,000여명은 소화할 방법이 없다. 숫자계산만 제대로 했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그 다음이다. 그 동안 “어떻게 되겠지”하고 넋 놓고 있다 시행 첫날 소동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이제 와서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나마 기껏 내놓은 대책이란 것도 광역버스 요금인상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버스를 추가로 증차하면 버스업계 운영이 어려워져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무런 분석과 고민 없이 정책이 실패하자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참으로 편리하고도 손쉬운 행정이다.

지난 두 달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다가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어제 부랴부랴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촌극이 연출됐다. 여당 의원들은 “고속도로라도 시속 몇㎞ 이하로 달리면 입석을 허용하게 법을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법규를 엄격히 적용할 게 아니라 시행에 문제가 있으니 위험을 합법화하자는 얘기나 진배없다.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안전수칙은 지키되 교통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등 수도권 자치단체장들도 수도권 교통 문제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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