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돌잔치가 내일인데 손주가 궁금해 나오셨나 봐요.”
18일 오전 6시 20분쯤 침몰한 세월호 3층 중앙부 식당 칸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세월호 조리사 이모(여·56)씨의 시신이 수습됐다. 지난달 24일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을 수습한 지 24일 만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94일째인 이날 현재까지 사망자는 294명, 실종자는 10명이다.
이씨의 아들 예모(31)씨는 인천에서 머물고 있다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했다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예씨가 세월호 침몰 이후 두 달 간 진도에서 애타게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어머니가 이제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씨는 인천에서 아들과 단둘이 지내왔으며 지난해 10월 식당 주방 일을 그만두고 세월호 조리사로 근무해왔다. 세월호 근무 후 눈에 띄게 살이 빠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는 예씨는 “한 10kg 정도는 빠지신 거 같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잠을 많이 못주무셨나 보다. 집에 오실 때마다 더 수척해졌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 침몰 당시 부상을 당한 이씨는 다른 조리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었지만 선박직 승무원들은 이들을 외면한 채 자기들만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예씨는 지난 5월 이러한 내용의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 결과를 전해 듣고는 화가 치밀었다. 예씨는 “승무원들이 외면하지만 않았어도 구조되셨을 텐데. 제 살길만 찾은 승무원들의 행태에 분노를 느꼈다”며 “힘들어하실 때 일을 그만두도록 말렸어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후회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새로운 잠수기법을 채택하고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수색구역을 서로 맞바꿔 재점검한 것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지난 10일부터 잠수방식을 표면공기 공급 방식에서 나이트록스 방식으로 바꿨다. 사고 초기부터 구조 및 수색작업을 주도했던 민간 잠수업체 언딘에서 88수중개발로 업체가 변경되면서 잠수방식도 바뀌게 됐다.
언딘의 표면공기 공급 방식은 1회 잠수시 30분가량 수색할 수 있지만, 나이트록스 방식은 잠수사들이 공기통을 메고 수중 수색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1시간까지 수색 시간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잠수구역도 해군이 선수를, 88수중개발은 해경과 함께 선체 중앙과 선미를 수색하는 것으로 서로 바꿨다.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사고대책본부는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9곳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색할 방침이다. 아직 수색을 하지 못한 4층 좌현 선미에 있는 28인실 격실은 외벽 2군데를 절단해 진입로를 확보했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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