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친러 반군이 오인 사격" 러 등은 "우크라 정부군의 소행"
17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보잉 777)은 분리독립을 주장하며 이 지역을 장악한 친러시아 반군의 오인 사격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여객기를 향한 미사일 공격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사고 현장이 사실상 분쟁지역이어서 향후 진상 규명이나 배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MH17편은 이날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오후 11시15분) 고도 1만m 상공에서 관제탑과 교신이 끊긴 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크 인근에 추락했다. 사고로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민간 여객기 격추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군용기로 오인한 반군이 러시아에서 지원받은 부크(Buk)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또 격추 직후 이를 인정하는 내용의 반군 지도자의 통화 감청자료도 공개했다. 하지만 반군과 러시아 정부는 이 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KLM네덜란드항공과 공동 운항협정을 맺고 있어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9명이 네덜란드 국적자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에 참여하려던 에이즈 전문가가 약 1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호주 독일 등 9개 나라 승객도 희생됐다.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승객은 4명이다. 외교부는 “1차 조사결과 한국인 탑승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고기는 민가가 없는 경작지에 추락한 뒤 산산조각 난 채 검게 불탔으며 현장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신이 상당수 발견됐다. 추락 현장 주변은 물론 수 ㎞ 반경까지 시신과 기체 잔해가 흩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함께 보고서들을 면밀히 보고 있다”며 “빠짐없고 투명한 국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공동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끔찍한 비극”이라며 사건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ICAO와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대표 등이 참여하는 사고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블랙박스를 수거하는 등 사고 수습에 나선 반군도 일시 휴전하고 국제조사단의 사고 현장 방문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주요국 증시가 일시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는 등 국제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특히 지난 3월 239명을 태운 MH370편 실종에 이어 또다시 대형 참사에 휘말린 말레이시아 항공 주가는 이날 한때 18%나 폭락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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