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문득 떠올라 바로 녹음했어요"
공연할 때 종교 내세우지 않아 / 많은 분들이 저를 불교 신자로 알아
방송은 할 만큼 해서 떠났어요
노영심(46ㆍ사진)이 다시 돌아왔다. 다음달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기념하는 노래 ‘코이노니아(Koinonia)’를 통해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의 일원인 그는 “회원들 중 음악하는 사람이 저 뿐이어서 작업을 맡게 됐다”고 농담 반으로 말했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누군가 할일 이라고 미루기 보다는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사람들이 이제껏 하지 않던 ‘미안하다’는 말을 하잖아요. 슬픈 사건을 통해 ‘일체감’을 경험한 것인데, 이번에는 좋은 일로 일체감을 만들고 싶었어요. 교황님의 방문이 그런 계기가 될 거예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영심은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 유쾌한 웃음소리로 그간의 작업과정을 풀어냈다. “음악하는 사람이다 보니 머릿속에 항상 음악이 돌아다녀요. 하지만 그 날은 뭔가가 문득 떠올랐어요. 바로 벌떡 일어나 녹음했지요. 억지로 나를 압박해 ‘이걸 노래로 꼭 만들어야 해’하는 그런 건 아니었어요.”
‘코이노니아’는 ‘친교’ ‘소통’ ‘공동체’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대중에게는 생소한 말이다. “외국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고 교황님 오시는 것에도 부합되는 단어로 찾으려고 했어요.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말보다 ‘어, 이게 뭐지? 무슨 뜻이지?’하면서 한 번 더 찾아볼 수 있게요. 그렇게 ‘2단계’로 인식할 수 있는 단어로 골랐어요.”
부제인 ‘우리 모두 선물이 된다’처럼 노랫말에서도 교황 방한이 갖는 긍정적 의미를 부각하려고 했다. ‘당신에게 내 기도를 주고 싶어요/푸르른 꽃씨 같은 사랑의 마음/너와 나는 하나, 같은 꿈 속에 피어/우린 모두 선물이 되죠/온 세상이 당신 숨결로 하나가 되어’
그 동안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많은 ‘좋은 일’을 해온 노영심은 이번 노래 수익금도 공익재단 등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그러나 이번 작업을 특정 종교의 가치로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많은 분들이 저를 불교신자인 줄 아세요. 저는 공연할 때 종교적인 측면 말고도 전달하려는 ‘지향’이 있어요. 특정 종교를 내세워서 대중을 하나로 끌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활동을 접은 것에 대해서는 “그냥 조용히 제 행보를 가기 위해서, 그게 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그냥 할 만큼 해서 떠난 거예요. 한때 내 인생의 소풍을 갔으려니 생각하고…. 물론 덕분에 이름을 얻었지만. 하다 보니 그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일이더라고요. 이게 제 수준에 맞는다고 생각해요.”
방송 복귀 가능성에는 “회사를 나왔는데 나온 회사를 다시 들어가기는 힘들지 않냐”고 반문했다. “작곡한 노래를 사람들에게 선사하면 그게 제일 행복해요. 방송 나가면 생고생하고 악플 달리고(웃음) 그럴 텐데… 전 제 자신이 가장 소중해요.”
20년째 이어온 공연 ‘5월의 피아노’는 그의 이런 다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년째 했다는 게) 어쩌면 ‘병’일 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게 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는 거예요. 그런 날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노력하면서 사는 거죠. 연주는 죽을 때까지 계속 할 거예요. 나중에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좋아 보인다. 편안해 보이는 구나. 참 어울리게 산다’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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