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기 형체 모를 정도 산산조각 "폭발 굉음 후에 검은 연기 치솟아"
주민들 충격적인 목격담 전해… 친러 반군·소방대원들 출동·수습
피격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의 추락 현장은 참혹했다. 60m에 이르는 보잉 777기는 상공 10㎞에서 떨어진 뒤 전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크 인근 들판에 널부러졌다.
검게 불탄 채 연기를 피어올리는 기체 사이사이로 역시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승객들의 시신과 화물들이 반경 수㎞ 범위에 널려 있었다. 엔진 일부와 빨강과 파랑색을 섞은 말레이시아 항공 엠블럼이 그려진 동체 꼬리를 보고서야 가까스로 이곳이 비행기 추락 현장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외신에 따르면 17일 도네츠크주 샤흐툐르스크 인근 사고 현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 수십 구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좌석벨트를 맨 채 자리에서 숨져 있는 승객도 여럿이다. 화염에 휩싸인 여객기에서 옷이 불에 타 몸체는 검게 변하고 양말만 온전한 시신도 눈에 띄었다. 향후 탑승객 명단과 실제 시신을 확인하는 작업에도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훼손된 시신 일부는 사고 현장에서 수㎞ 떨어진 지역에서도 발견됐다. 주변 주택의 지붕을 뚫고 부엌에 떨어진 희생자도 있었다. 주인 잃은 짐가방들은 시골길을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인근 해바라기밭에는 승객들이 사용했을 노트북과 헤드폰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으며 옥수수밭 곳곳에 기체 잔해가 떨어져 있었다. 승객들의 짐 중에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가이드북도 눈에 뛰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쿠알라룸푸르로 향해 여름 휴가를 즐기려는 여행객이 꿈도 꾸지 않았던 재난을 맞은 것이다. 기체 잔해는 사고 현장에서 20㎞ 거리의 지역에서도 발견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현지 주민이 멀리서 찍어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영상을 보면 여객기는 지면으로 떨어진 직후 폭발해 검은 연기와 화염을 피어 올렸다. 추락 직후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시아계 반군과 소방대원들이 긴급 출동해 불을 끄고 시신을 수습했다. 하지만 온전한 상태로 수습한 시신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구조대는 시신을 거둔 지점에 표시를 했으며 미처 불에 타지 않은 여권을 수거해 승객의 신원을 확인했다. 총을 든 반군들이 여객기 잔해를 바라보는 모습이 영국 BBC방송의 현장 화면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주민들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은 굉음이 울린 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고 여객기 추락 직후의 상황을 전했다. 주민 블라디미르는 로이터통신에 “엄청난 소리가 들렸고 너무 가까이서 들려서 겁이 났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갖 방향으로 검은 잔해들이 떨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내 비행기가 땅에 떨어지더니 두 조각이 났고 검고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유럽의 항공관제를 조정하는 기구인 ‘유로컨트롤’은 17일 세계 각 항공사에 현장 주변 지역을 우회해서 비행해주도록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말레이기 추락 후 이 지역 상공을 완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유럽 주요 항공사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비행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국내 항공사들은 이 지역 상공을 지나가는 노선 운항이 없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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