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으로 가장 충격에 휩싸인 나라는 네덜란드다.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이 비행기 탑승자 298명 중 189명이 네덜란드인이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휴가를 보내다 급거 귀국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7일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전국이 애도하고 있다”며 “아름다운 여름날이 최악의 날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뤼터 총리는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항공 재난”이라며 모든 정부기관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며 “아주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사고 직후 오바마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희생자 유족들과 큰 손실을 입은 말레이시아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한다”며 “사건 조사를 담당한 사람들만 피격 말레이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열람하도록 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나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와 별도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격추된 것이라면 범인은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또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해 “즉각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국제 조사단이 이 비극을 전부 규명할 때까지 모든 증거물들은 사건 현장에 남겨둬야 한다”는데도 합의했다.
격추된 말레이기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에 참석하려던 저명 학자와 전문가 약 100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사고기 탑승객들이 20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국제에이즈학회에 참석하려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호주인 탑승자가 27명이나 됐던 것은 사고기가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서호주 퍼스로 가려던 비행기였기 때문이라고 비숍 장관은 덧붙였다.
호주 언론은 퀸즐랜드주에 사는 아이린ㆍ조지 버로우스 부부가 지난 3월 말레이항공 MH370편 실종으로 아들 부부를 잃은 데 이어 이번 MH17편 피격으로 의붓손녀 부부를 잃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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