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자금세탁방지기구 옵서버 가입
이미지 개선 통해 돈줄 확보 속내
북한이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등 대북 포위망을 뚫기 위한 전방위 외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 해결과 인천아시안게임 참석 등을 고리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선데 이어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규제기구에 가입함으로써 한미일 주도의 대북 봉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쇄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고려할 때 근본적인 태도변화로 판단하기에는 때이르다.
북한은 18일 핵무기개발자금 및 테러자금 거래 방지를 주요 목표로 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APG)에 옵저버 자격으로 가입했다. APG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의 아태 지역기구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4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관련 자금 거래를 의심받고 있는 북한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다자기구에 가입한 것은 이례적인 동시에 아이러니하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북한은 APG에 옵저버로 참여하려 했지만, APG가 요건으로 내세운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이행조치 개발 등에 반대하면서 가입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약 1년 만인 지난 6월 APG의 조건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날 가입이 승인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도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길 바라는 만큼 APG 가입 승인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APG 가입의 배경에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초래된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은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BDA)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북한의 통치자금 조성용 자금세탁 창구로 알려진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는 지난 수년 간 점점 강해져 왔다”면서 “북한에서는 지금 자금이 돌지 않아 거의 동맥경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선택은 대외 이미지를 개선함으로써 미국의 금융제재 완화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노린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최근 납치피해자 문제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한국과 인천아시안게임을 기회로 대화 공세에 나서는 것도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이 APG에서 옵저버가 아닌 정회원 자격을 승인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APG는 정회원 자격 요건으로 ▦자금세탁 방지 등을 위한 국내법 제정 ▦APG 회원국들의 금융시스템 실사 등 평가프로그램 보장 ▦APG에 기여금 지불 등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투명한 국제금융질서에 편입할 목적으로 이를 조건을 이행할 리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올해 들어 연달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여전히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APG 가입은 단기적인 화전양면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