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기저귀를 사기 힘들어 손기저귀를 쓰고 있습니다. 제때 필요한 아이용품을 사주지 못할 때면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 엄마가 떠난 뒤 12개월된 딸 채언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김영찬(41ㆍ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김씨는 아이가 자는 틈을 타 토요일과 일요일 새벽 집 밖으로 나가 빈병과 폐지를 줍는다. 24시간 아이를 돌봐야 하는 김씨가 유일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빈병과 폐지를 팔아 벌어들이는 돈은 월 3만원. 김씨가 받는 정부 지원은 차상위계층 주거급여(4만7,500원), 한부모 지원 양육수당(12만원)으로, 방값(월세 35만원)을 내기도 모자라다. 채언이를 낳기 전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며 모은 5,000만원 정도의 재산도 바닥난 상태다. 딸이 어린이집에 갈 정도까지 성장해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런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미혼모만큼이나 미혼부들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통계청(2012년)에 따르면 1995년 2,630가구였던 미혼부는 2010년 1만8,118가구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 130% 이하)이하인 미혼부 가정은 636가구로 전체 미혼부 가구의 3.5%에 달한다. 차상위계층 미혼모가구는 전체 미혼모 가구의 1.9%인 점을 감안하면 미혼모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미혼부 가정이 많은 셈이다.
미혼부들이 자녀를 키우기에는 어려운 제도적인 허점도 있다. 애엄마가 혼자 출산하고 와선 아이를 떠넘기고 갔을 경우 아빠 혼자선 출생신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규정해두고 있다. 분만을 도운 의사나 조산사 또는 친모와 함께 사는 친족 등 제3자도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지만 친부는 할 수 없다. 출생신고를 못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못해 자녀는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출생 이외에는 없었던 과거의 원칙을 법무부가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외자녀와 친생자 관계임을 확인하는 인지청구소송을 하면 되지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려 그 동안 동안 자녀는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자녀를 키울 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미혼부자가족시설은 3곳으로, 미혼모자가족시설(60곳)보다 훨씬 적다. 여성가족부 가족지원과 관계자는 “미혼부들이 유기나 입양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미혼부 지원 강화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인턴기자(서울여대 국어국문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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