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함정이 쏜 유탄·어뢰에 침몰
시민·기업 성금 모아 그대로 재현
120년 전 청일전쟁(갑오전쟁, 제1차 중일전쟁) 당시 일본의 공격에 침몰한 북양해군의 철갑 순양함 ‘치원호’(致遠號)가 중국인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새로 태어난다.
신화통신은 18일 단둥(丹東)선박중공업유한공사가 랴오닝(遼寧)성 단둥항에서 치원호를 그대로 재현한 ‘치원호기념함’을 건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 3,700만위안(약 61억원)은 단둥시민들과 기업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모아졌다. 단둥선박중공업은 치원호를 1대1로 복원하기 위해 당초 치원호를 건조했던 영국의 암스트롱사의 자문까지 받고 있다.
1887년 청나라로 운송된 치원호는 길이 76m, 너비 11.5m, 배수량 2,300톤의 철갑 순양함이었다. 그러나 1894년9월17일 황해해전 중 일본 함정이 쏜 유탄과 어뢰에 침몰했다. 함장 등세창(鄧世昌)도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함께 했다. 단둥선박중공업은 치원호가 침몰한 9월17일에 맞춰 치원호기념함을 진수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이처럼 치원호를 복원키로 한 것은 역사적 굴욕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5차 ‘전국변경해안방어공작회의’에 참석, 중국 근대사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당시 가난하고 허약했던 중국은 아무에게나 유린당하는 처지로 전락, 외적들로부터 수백차례나 침입을 당하며 큰 재난을 겪었다”며 “이러한 굴욕의 역사를 영원히 잊지 말고 마음속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토주권과 해양권익 수호를 위해 변경지역과 해안방어에 철옹성(銅墻鐵壁)을 구축하라”고도 지시했다. 중국이 최근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고 있는 것도 올해가 청일전쟁 120주년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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