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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재계 빅2 '錢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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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재계 빅2 '錢의 전쟁'

입력
2014.07.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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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 3~4조원 금싸라기 땅 삼성-현대차 진작부터 눈독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립" 삼성은 아직까지 정중동 분위기

서울 강남구 삼선동 한국전력 본사(왼쪽 높은 건물) 부지의 매입을 놓고 현대차, 삼성 등 국내외 자본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서울 강남구 삼선동 한국전력 본사(왼쪽 높은 건물) 부지의 매입을 놓고 현대차, 삼성 등 국내외 자본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재계 1위 삼성그룹과 2위 현대차그룹 간에 ‘최소 3조원’ 짜리 금싸리기 땅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라는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각 방식이 금액을 많이 써내면 이기는 ‘최고가 경쟁 입찰’로 정해지면서 땅의 새 주인 자리를 놓고 두 그룹의 정면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7만9,342㎡의 매각 방안을 일반 경쟁 입찰을 통해 매수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확정했다. 한전 관계자는 “헐값 매각 논란을 잠재우고 빚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도 이 방법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올 11월까지 본사를 전남 나주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옮길 예정이다.

한전은 개인과 법인, 공동입찰 등 참가 제한을 하지 않았다. 특혜 시비를 없애면서도 참가 선수를 늘려 흥행을 성공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입찰 참가 자격과 감정평가 결과 등은 다음달 예정인 입찰 공고와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 부지의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 장부가액은 2조73억원이지만 업계에서는 시세를 3조∼4조원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땅을 팔아 부채 감축 등에 쓸 계획인데, 한전은 매각을 예상보다 1년 앞당겨 올해 안에 끝낼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세간의 관심이 워낙 많고 시간을 끌수록 온갖 추측이 난무해질 우려가 있어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치열한 기 싸움과 정보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 발벗고 나섰다. 현대차는 이날 오전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세계 5위 자동차 회사의 명성에 걸맞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 청사진은 한전 본사 부지에 새 사옥, 호텔,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공원 등을 한 곳에 모으겠다는 계획인데, 특히 현대차는 현재 본사인 양재동 사옥이 세계 9개 나라 31개 공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공간이 부족한데다 그룹 브랜드 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릴 만한 콘텐츠도 빈약하다는 점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에만 계열사 30개, 임직원 1만8,000명이 있지만 양재 사옥에는 고작 5개사, 5,000명 안팎의 인원만 근무하고 있다”며 “상당수 계열사 본사가 다른 회사 건물에 세 들어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 인수에 성공하면 이 곳을 폴크스바겐이 독일 볼프스부르크 시에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아우토슈타트’ 처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관광청이 뽑은 독일 10대 관광명소 중 하나로 외국인 20만명을 포함해 연 간 250만명이 찾고 있다. 특히 현대차 서울 성동구 뚝섬에 있는 삼표레미콘 부지(2만7,828㎡)에 110층짜리 새 사옥 건립을 추진했다가 서울시의 층수 규제 등으로 무산됐기 때문에 기필코 한전 부지를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은 ‘정중동’의 분위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그룹 차원의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계열사들이 별도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상태에서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며 “하지만 한전부지가 있는 삼성동이라는 지명 자체가 주는 홍보 효과를 감안하면 쉽게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앞서 2009년 삼성물산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꾸려 강남구에 한전 부지,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부지에 114층과 75층, 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 3채와 호텔,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연면적 94만4,757㎡ 크기의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사업 계획서를 내기도 했다.

현재 그룹 안팎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인 삼성생명이 대표 선수로 나서는 것. 삼성생명은 이날 공식적으로 매입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재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감정원 땅을 산 것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용산 코레일 부지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데다 서울시가 부지의 40%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시설로 쓴다고 한 상태라 신중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4월 한전 부지를 포함해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 업무ㆍ마이스(MICE, 회의ㆍ관광ㆍ컨벤션ㆍ전시회) 스포츠 문화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녹지그룹, 미국 카지노그룹 라스베이거스 샌즈도 이 땅에 군침을 흘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 등 몇 가지 조건을 달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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