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구멍이 뻥뻥 뚫린 노인이
몰래 최음제를 흡입하고 있다
썩은 고추씨 같은 반점이 무수히 박혀 있는
시들시들하게 껍질만 남은 몸,
며느리 해산날인데도
개 껍데기를 굽고 있다
천지사방을 움켜잡고 끌어당기는
육신 속 무한 허공을 채우고자
아귀같이 먹어 치운다
노린내가 최음제 모양 온몸으로 파고든다
여성지 모델을 향해
혼자서 할딱거리고 있다
복더위에 진액을 짜고 있다
발정난 바퀴벌레같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껍데기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이 혼몽한 형벌이여!
-최서림 ‘껍데기를 벗어버리지 못하는’ 전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법정엔 죄인이 없다.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될 날을 예비하며 몸의 탐욕을 정비하는 자가 몇이나 될 것인가. 너무 빨리 내달리는 세월이 그 대신 이 모든 혐오를, 짜증을, 복더위에 짜낸 진액 같은 경멸을 뒤집어써야 한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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