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후임장관 임명 전 이례적 사표수리
새 문체부 장관 후보자 김정기 교수 유력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해 면직을 재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두 장관은 지난 6ㆍ13 개각 발표에서 교체 대상에 포함돼 시한부 장관직을 수행해오긴 했으나 후임 장관이 임명되기 전에 사표가 수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르면 18일 새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출마 등으로 자진 사퇴하거나 특정 사유로 경질될 경우 후임 장관이 임명되기 전에 사표가 수리되긴 하지만, 개각 과정에서는 후임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후임 후보자가 낙마하면 현직 장관이 유임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신재민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해 유인촌 장관이 유임됐고, 박근혜정부 출범 때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이 국방 장관직을 계속 수행했다.
이 때문에 정성근 문화부 장관 후보자가 전날 자진 사퇴하면서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유임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날 면직 통보를 하면서 그 가능성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면직 처리 배경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설명은 없지만, “2기 내각이 출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두 장관도 떠날 준비를 하며 애매하게 자리를 유지해왔는데,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성격도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교육부와 달리 문화부의 경우 후임자가 아예 내정되지 않았고 조현재 1차관도 한국체육대 총장직 응모를 위해 사표를 제출해 공석인 상황이어서 서둘러 면직 처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김종 2차관이 장관 업무를 대행하게 됐지만, 새 후보자가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업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문화부 내에서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 굵직한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다,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각 부처가 움직여야 하는 시기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유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입 바른 소리’를 해왔기 때문에 면직 처리가 사실상 경질의 의미가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유 장관에 대한 문화계 안팎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고 세월호 참사와도 관련이 없는 부처라는 점에서 교체 대상에 오를 때부터 뒷말이 많았다. 특히 정 후보자 낙마 이후 유 장관 유임 여론이 일부 제기되고, 야당 의원들도 동조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 면직 처리로 못을 박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유 장관은 이날 별도의 이임식을 갖지 않고 문화부를 떠났다.
새 장관 후보자에는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언론중재위원과 한국언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미디어 전문가다. 김 교수 외에도 문체부 차관 출신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ㆍ오지철 TV조선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만화가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도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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