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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추경 대신 내년 예산 확장적 편성" … 과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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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추경 대신 내년 예산 확장적 편성" … 과속 우려도

입력
2014.07.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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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추경호 기재부 1차관과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세종=뉴시스
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추경호 기재부 1차관과 청사를 나서고 있다. 세종=뉴시스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16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침없는 취임 일성이다. 성장론자답게 재정 부동산 등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풀어주겠다고 공언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안 하는 대신 다양한 수단의 재정 보강을 하고 내년 예산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좀더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재정),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둘 다 개선하는 쪽으로 합리화(완화)하겠다”(부동산)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계소득 증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도 약속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이나 투자를 보면 기업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기업 부문에서 창출된 소득이 배당, 임금 등 가계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 장치를 구상 중에 있다”(가계소득)고 말했다. 더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비정규직)고 했다.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성장과 분배라는 두 바퀴의 균형을 맞추려는 모양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저성장, 축소균형, 성과부재 등 3가지 함정에 빠졌다”라며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가속페달을 확실히 밟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경제활성화 의지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브레이크 없는 과속을 우려하고 있다.

▦재정

최 부총리는 이날 취임간담회에서 당초 입장과 달리 “추경 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년도 예산을 편성 중인 상황에서 지금 추경 편성을 시작하면 결국 연말이 돼야 실제 집행이 된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지만 추경 편성은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 측면에서 이미 늦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는 “다양한 수단의 재정 보강 수단을 통해 경기가 좀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기금과 정책금융 등이 거론된다. 김철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금은 여유가 있고 정책금융을 출자하거나 국책기관의 업무 범위를 넓히는(공공기관 투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추경을 하지 않는 건 잘한 선택이지만 대안으로 거론되는 실천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은 한번 시작하면 계속 투입해야 하는 불가역적인 항목이 생겨날 우려가 있고, 정책금융은 현재 규모 자체도 과도하다는 것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현재 50여개 기금은 대부분 고유 목적이 있고, 정책금융 역시 한계가 있어 경제를 살리기엔 규모 면에서 미흡하다”고 말했다.

확대 정책이 성공해 경기가 살아나면 다행이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국가 부채만 더 늘릴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계 소득을 늘리고 부채를 줄이는 목적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기관 투자 확대는 고강도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설사 가능하다 해도 결국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집중돼 비효율적인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최 부총리가 특히 공들여 설명한 분야는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다. 논란이 많은 만큼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완화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TV와 DTI 규제를 업권별,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 “제2금융권이 15%를 추가로 대출(LTV)하다 보니 가계부채 질 더욱 악화” 등 부동산대출 규제의 비합리성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가계의 대출변제능력과 직결된 DTI마저 풀겠다는 것. 정확한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최 부총리가 강력한 의지를 밝혔고 당초 기재부의 안이 서울 DTI 60%로 상향인 걸 감안하면, 업종과 지역 상관없이 LTV는 70%, DTI는 60%로 단일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LTV는 수도권 50%, 지방 60%, 제2금융권에선 70%까지 적용되고, DTI는 서울 50%, 경기 및 인천 60%다.

최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런 조치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보지 않는다”며 “좀 늘어난다 해도 가계부채 구조개선 차원에서 위험성을 오히려 줄일 수 있고, 가계가처분 소득을 늘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LTV, DTI는 가계부채와 연결된 문제인 만큼 어떤 대책보다 보수적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며 “DTI까지 건들면 가계부채 문제가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교수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추가적인 모니터링을 완비한 후에 전면적인 완화가 아닌 미세 조정 정도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소득 증대

최 부총리는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 처리 문제를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 방안의 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는 우선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는 가계가 저축을 하고 기업이 그 돈을 적절히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고 그걸 가계에 돌려주는 게 정상구조”라며 “우리나라는 수년간 기업 저축이 가계 저축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해선 과세나 인센티브를 적절하게 함으로써 기업 부문의 창출 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자율성을 훼손하거나 강제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전제도 달았다.

하지만 배당 확대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주식 투자를 할 만큼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이나 외국인에게 과실이 돌아갈 수 있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기업의 미래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 주주나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표학길 교수도 “배당은 내수진작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은 투자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도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최 부총리는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를 위한 다른 정책 수단과 병행하면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진 교수는 “가처분소득 증대의 핵심은 가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 감소 대책”이라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고”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는 “기업유보금은 배당보다는 임금 추가 지급에, 페널티보다는 과세 완화 등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계소득 종합대책은 다음 주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역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총리는 이날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 문제 해결은 시급하다”라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정규직이 겪는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간담회에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가 뭔가 온기가 돈다는 생각을 해야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시급 기준으로 2007년 정규직 임금의 73.2%를 받았지만 올해는 65.5%를 받는데 그쳤다. 역대 정권 대부분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원안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개선’이 들어갔다가 최종 실행과제에서 빠졌다.

이를 의식한 듯 최 부총리는 “가계소득 부진, 비정규직 문제 등은 그간 수많은 대책들이 발표됐지만 국민 체감 성과가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그는 인사청문회와 서면질의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요한 문제 인만큼 오히려 멀리 내다보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필상 교수는 “정규직 전환 유도는 현재 경기가 수용할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고용창출 능력부터 늘리면서 차차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고, 박진 교수는 “국민적 합의(노사정위원회)와 계획성 있는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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