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대전시장은 당선 일성으로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라는 감격을 쏟아냈다. 경청하며, 약속을 꼭 실천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 다짐이 취임 벽두부터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정무부시장에 여성을 앉히겠다는 선언은 식언에 그치지 않았다. 권 시장은 ‘주부 백춘희’를 부시장으로 선택했다. 권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여성위원장으로 충성한 공신이면 어떤가. 백씨가 전임 염홍철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일한 전력이 있으면 그게 뭐 대수인가. 백씨의 남편이 염 시장 시절 대전시 산하기관에 자리를 차지했더라도 굳이 흠결이라 꼬집을 것 까지야 있는가. 백씨의 당적 논란까지 더해져 ‘권-염 라인’을 연상케하고, ‘염홍철 연계설’이 나돈다한들 그것도 호사가의 입방정으로 간과하면 그 뿐이다. 페이스북에서 틈만 나면 적어대는 염 전 시장의 대전시정 무간섭 의지를 그대로 믿어줘야 한다.
그냥 대전시 사상 첫 여성 정무부시장을 시민에게 내놓은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면 그만이다. 백씨가 주부이기 때문에 섬세한 시정에 힘이 된다는 권 시장의 부연을 믿고, 시정의 변화를 기대해보자. 필자는 민선시대 들어 수 없이 거쳐간 대전시 정무부시장들이 시정사에 남길만한 엄청난 성과를 냈다는 기억을 하지 못한다. 공무원, 경찰관, 기업인 등 다양한 직군이 이 자리를 맡았다. 하지만 그 공헌도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태반이‘ 스펙이나 쌓고, 스쳐갔다’는게 정답에 가깝다. 정녕 ‘대전판 혁신’이 이뤄지지않는다면 이번에도 십중팔구 이렇게 전락할 게 십상이다.
이런 자리를 두고 지역 여성계가 백씨의 이력 등을 운운하며 설왕설래하는 모습은 야릇하다. 그저 여성을 앉혔을 뿐이라는 조롱까지 퍼붓는 건 상식 이하다. 여성계 내부의 호불호야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큰 틀에서 여성 부시장 배출을 반기는게 정상이다. 시의회 의장에 이어 부시장까지 대전시사에 ‘첫 여성’이란 경사가 연이었는데 웬 뒷담화인가. 차분히 인사권자의 ‘깊은 뜻’을 헤아려보는게 현명할 것이다. 권 시장이 일찍이 앞선 시장 그 누구도 실천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게 아닌가. 환영하고, 오히려 여성계가 솔선해 첫 여성부시장의 틈실한 버팀목이 되어주는게 좋다.
권 시장의 취임 첫 정무직 조직 꾸리기는 특보 등 인선을 거치며 정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건 산하기관 사장 등 고위직 인사다. 권 시장이 수 없이 강조한 관피아 배제 원칙이 이제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전임 시장 시절 눈총을 받았던 인사행태가 그대로 반복되진 않을 것이다. 인사청문회 도입까지 공언한 마당이니 정말 달라질 것이다. 시장 당선자의 운전기사를 전례없이 사무관으로 채용하고, 국정감사장에서 질타를 받자 “비서관으로 특채해 다만 운전을 맡겼을 뿐”이라고 교언을 한 민선5기 대전시의 오만한 자세를 시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선거공신을 따로 배려하기 위해 산하기관이나 단체 등에 없던 자리까지 굳이 신설해가며 예산을 축낸 전례도 그대로 남아있다. 민선5기 집행부는 이 공신들을 시체육회 등 온갖 기구에 급조한 부회장 자리에 차례로 채워넣고 안도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승자가 제 버릇처럼 떨쳐내지못한 이른바 적폐의 단면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확신한다. 권 시장은 다를 것이라고, 그래서 이 희망을 저버리면안된다. 시민들은 권 시장이 청와대 인사비서관 출신이란 경륜으로 인사의 적폐도 속시원히 도려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권 시장은 스스로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자임하고 있지 않은가. 만사로 비유되는 인사의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는 지혜를 기대한다. 이게 바른 자치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최정복 대전본부장 cj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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