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GOP 사고 수사결과 발표… 고교 때 왕따 등 누적된 분노도 영향
고성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임모(22) 병장은 사건 당일 순찰일지에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이 평소보다 많아진 데 격분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거 과정에서 군 수색팀은 6차례나 임 병장을 만났는데도 체포에 실패하는 등 허술한 검거작전도 드러났다.
육군 중앙수사단이 15일 발표한 ‘GOP 총기사고 수사결과’에 따르면 임 병장은 사건 발생 약 4시간 전인 지난달 21일 오후 4시쯤 순찰일지 겉표지에 자신을 희화화한 그림이 늘어나 있는 것을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 임 병장은 “이런 상태로 전역하여 사회에 나가 살 수가 없다”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찰일지에 임 병장을 빗댄 그림은 총 16개로 엉뚱하고 어리숙한 캐릭터인 ‘스펀지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임 병장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라면전사’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수사단은 또 임 병장의 상관인 부소초장이 후임들 앞에서 임 병장의 별명을 부르고 뒤통수를 때리는 모욕적인 행위를 한 데다 후임병 2명이 임 병장에게 경례를 하지 않는 등 평소 군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표출됐다고 설명했다. 임 병장은 지난 9일 부소초장을 모욕 등으로 고소했다.
임 병장의 사회를 향해 누적된 분노도 범행동기가 됐다고 군 수사당국은 밝혔다. 군 수사당국은 이날 “나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라는 내용의 임 병장이 자살 시도 직전 남긴 메모를 공개하면서 “여기서‘그들’이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임 병장을 괴롭힌 모든 사람들을 지칭한 것이라는 (임 병장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왕따와 금전갈취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이로 인해 학교를 자퇴하는 등 따돌림을 당했던 과거가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편 임 병장 검거과정에서 군의 부실한 체포작전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 직후인 21일 오후 8시 20분부터 23일 오전 2시 15분까지 수색팀과 임 병장이 6차례나 조우했는데도 검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색팀은 이 가운데 3차례는 조우한 병사가 임 병장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당시 투입된 병사들이 임 병장의 인상착의를 잘 알지 못하는 등 전투행동이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검거과정에서 3차례나 오인사격이 발생해 소대장과 병사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국방부는 병력관리, 지휘감독 소홀 등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육군 22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과 중대장을 보직해임하고 징계조사를 의뢰했다. 국방부는 조만간 인격존중의 병영문화를 조성하고 관심병사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병영문화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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