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자은행 이어 브릭스 개발은행도 주도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라틴아메리카 방문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 주석은 15~16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6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회원국들과 함께 자체 개발은행 설립에 최종 서명한다.
신개발은행(NDB)로 명명된 이 은행은 회원국 5개국이 각각 100억 달러씩 투자해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를 조성한 뒤 앞으로 7년 안에 자본금을 1천억 달러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이 개발은행은 덩치가 커질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항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개발은행을 '브릭스의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표현하면서 "브릭스 국가들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개도국에도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 선진국들이 IMF와 세계은행(WB)의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면서,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은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최근 앞마당인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겨냥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달 초 국빈 방한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의 AIIB 가입을 제안하고 중국이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 추진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에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피력했다.
중국은 또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도 개발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국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 중심의 금융 경제질서에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런 행보는 주로 IMF와 세계은행(WB)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에 불만이 많은 개도국이 몰려 있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앞서 최근 몇 년간 자국 통화인 위안화의 국제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상당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과 위안화 직거래 체제를 구축하고 통화스와프 협정을 적극 추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지난해 위안화는 사상 처음으로 가장 많이 거래된 세계 통화 10위권에 진입하고 일본 엔화와의 격차를 좁혀가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사실상 미국 주도의 현 세계 질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왔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찾게 될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4개국 언론과 합동 인터뷰에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사이의 개도국간 동질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국제질서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의 발전 추진에 온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중국의 행보가 달러화에 기반한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에 얼마나 변화를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개도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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