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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 1년 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4.07.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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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지회 1년 무엇을 남겼나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근처 한 식당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출범 1년을 기념한 조촐한 잔치가 벌어졌다. 30여명의 조합원들은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각계 인사를 초대해 돌떡과 케이크를 돌렸고, 라두식(42)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수석 부지회장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10년 100년 가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라 수석 부지회장이 노조를 만든 건 지난 해 7월14일. 부산 동래센터에서 위영일 지회장이 노조를 만들다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2000년 삼성전자서비스에 입사해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그는 2012년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AS기사들의 기술교육을 위해 만든 기구 ‘반품전담’의 공동회장으로 뽑혀 회사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었다. “이전까지 회사가 각 센터별 직원 교류를 원천 봉쇄해 12년간 다른 센터 직원이 누군지조차 몰랐습니다. 삼성이 만든 기구로 AS기사들 연락망을 알게 돼 노조 창립이 가능해진 셈이죠.”

반품전담의 다른 공동회장이었던 곽형수(38)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직무대행도 위영일 지회장 해고 소식을 듣고 노조 만들기에 합류했다. 곽 직무대행은 “동생처럼 키운 후배가 퇴직 후 ‘선배가 일을 다 갖고 가는 바람에 수입이 적어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고 있던 터에 위영일 지회장 소식을 듣고 일주일을 고민하다 의기투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원으로 살아온 1년은 순탄치 않았다. 협력업체의 노조 탈퇴 압박을 견뎌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동료 조합원 세 명을 떠나 보냈다. 지난 5월 고 염호석 조합원의 장례문제로 경찰과 마찰을 빚다 라 부지회장이 구속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 라 부지회장은 11일 보석으로 석방돼 노조 돌잔치를 지켜봤지만, 위원장은 아직 구속된 상태다. 노조 활동 후 이들의 수입은 20분의 1로 줄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도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 활동을 통해 “내 옆의 선후배가 처음으로 경쟁자가 아닌 동료임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80명에서 시작한 노조는 1년 사이 조합원이 1,500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노숙농성으로 노조설립 350일 만인 지난 달 28일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라 부지회장은 “출범 직후 위장도급 문제를 이슈화 시키면서 원청인 삼성의 노조탄압을 막아냈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우리와 유사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잇따라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두 사람은 아직 노조에 가입하지 못한 동료들을 만날 예정이다. 곽 직무대행은 “1만여 명에 달하는 전체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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