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거장 로린 마젤 타계
지한파 지휘자 로린 마젤(사진)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캐슬턴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폐렴에 따른 합병증 증세로 사망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계속된 음악축제 ‘캐슬턴 페스티벌’의 리허설 작업을 하는 등 마지막까지 예술에의 열정을 보였다고 그의 공식 홈페이지는 전했다.
마젤은 당초 지난달 28일 캐슬턴 페스티벌 개막행사에서 오페라 ‘나비부인’을 지휘하려 했으나 건강상 문제로 공연 전에 연설만 했다. 당시 그는 상당히 쇠약해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현대 클래식 음악을 이끈 거장 중 하나인 마젤은 200여 개의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7,000차례가 넘는 연주회·오페라 공연을 지휘하는 등 음악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그가 녹음한 음반도 베토벤과 브루크너, 멘델스존, 브람스, 말러 등의 작품을 포함해 300개가 넘는다.
러시아 혈통의 유대인으로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난 마젤은 어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성악을, 어머니는 피아노를 전공했고, 할아버지는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 20년간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한 음악가 집안의 재능을 물려받았다. 절대 음감과 뛰어난 기억력을 바탕으로 4세 때부터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로 주목받았다. 8세에 아이다호 대학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9세 때는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인터라켄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신동’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15세가 될 때까지 NBC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 미국 내 주요 교향악단을 지휘했고 30세 때인 1960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지휘자로 데뷔했다.
생전에 수 차례 내한 공연을 치른 것은 물론 첼로 주자 장한나의 재능을 높이 사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협연하고, 그에게 지휘를 가르친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뉴욕필 상임지휘자 시절인 2008년 2월 북한을 방문,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이끌었다. 당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과 미국 국가, ‘아리랑’ 등을 지휘했다. 평양 공연 리허설 직후 “북한 주민이 우리 연주를 보고 북미 사람도 아름답고 예술을 사랑하며 송곳니를 가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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