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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이별 통보에 집으로 찾아가 불 질러 언니 등 4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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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이별 통보에 집으로 찾아가 불 질러 언니 등 4명 사상

입력
2014.07.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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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의 한 놀이터.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설모(26ㆍ여)씨와 6학년 정모(31)씨의 만남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둘은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자신들의 만남이 일가족이 죽거나 다치는 참사의 씨앗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설씨는 동네 오빠였던 정씨를 잘 따랐다. 그러나 듬직했던 정씨가 청년기를 거치면서 점점 난폭해지고 강도와 상해로 처벌을 받으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갔다. 둘은 사귀고 헤어지기를 수 차례 반복했다.

설씨의 부모는 전과자에 뚜렷한 직업도 없이 부모 집에서 나와 모텔을 전전하는 정씨가 못마땅했다. 정씨는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설씨 가족을 협박했다. 가족들은 “올해 3월 집이 빈 사이 몰래 들어와 부엌에 있는 칼을 딸의 방 이불 속에 포장용 테이프와 함께 놓아 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헤어지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암시였다. 설씨의 아버지(59)는 “정씨가 딸에 대한 집착이 심해 2, 3년 전부터 애 엄마와 나에게 계속 ‘사귀게 해달라’는 식의 문자와 전화를 했다”고 덧붙였다.

남자친구가 변하기를 바랐던 설씨는 1년 전부터 결혼까지 생각하며 교제를 다시 시작했으나 둘의 만남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 달 전부터 설씨가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주 다퉜고, 설씨는 최근 이별을 통보했다.

지인들로부터 설씨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정씨는 복수를 계획했다. 그는 이달 12일 집 근처 무인 주유소에서 휘발유 5ℓ를 사서 2ℓ짜리 생수통 3개에 나눠 담았다. 13일 오전 4시쯤 휘발유를 챙겨 든 정씨는 면목동 주택가의 설씨 집으로 향했다.

다세대 주택 1층 설씨의 방 창문이 열린 것을 확인한 정씨는 창문 너머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불은 삽시간에 설씨의 방과 부모가 자고 있던 방까지 번졌다. 설씨의 언니(30)가 그 자리에서 숨졌고, 설씨는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2~3도 화상을, 어머니 김모(52)씨는 어깨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이웃주민 박모(32ㆍ여)씨는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불은 집 27㎡ 가운데 20㎡를 태우고 20여분만에 진화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정씨에 대해 현주 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직전까지 함께 술을 마셨던 동네 지인들을 통해 정씨를 설득, 이날 오전 5시쯤 정씨가 자수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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