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때까지 일진으로 방황하다 친구들의 꿈 듣고 충격
전교 20등까지 올라… '한여름 밤의 꿈' 주요역할 발탁
중학교 2학년 소녀는 오랜 시간 방황했다. 공부는 뒷전이고 술을 먹고 외박도 했다.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깨진 술병에 한 친구가 손을 다쳐 피를 흘리는 것을 본 직원이 신고를 해 경찰서에 불려간 적도 있다. 소녀는 자타공인 ‘일진’이었다.
이랬던 김지민(18ㆍ가명)양이 180도 달라졌다. 문제아에서 열정의 배우로 거듭났다. 다음달 13, 14일 양일간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에서 주요 역할을 맡은 것. 서울시내 중ㆍ고교에 다니는 쟁쟁한 배우 지망생들과 경쟁해 따낸 배역이다.
서울 소재 A고등학교 2학년인 김양은 “연극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하루 2시간만 자면서 공부하고 있다. 태어나서 지금처럼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 붓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건 고교 진학을 1년 앞두고서다. “어울려 놀던 친구들이 죄다 성적은 바닥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하나씩은 꿈을 갖고 있더라고요. ‘나는 미용사가 될래’ ‘엄마 아빠가 하는 가게에서 일 할거야’라고 하는데 그 순간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했죠. 저만 뭘 해야 할지 몰라 앞길이 막막했어요.” 같이 놀면서도 혼자만 목표가 없었던 것이다.
김양은 그 때부터 곰곰이 생각했다. 어릴 적 성당에서 했던 연극이 떠올랐고, 맡은 역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성대모사를 잘 한다며 치켜세워주던 친구의 역할도 컸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니 1분1초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연극 동아리가 활성화 된 A고교에 진학하기 위해 “함께 놀자”고 유혹하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길 1년,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에서 전교 20등이라는 성적을 받았다. 입학할 때 230여명 중 꼴찌에 가까웠으니 무려 200등 넘게 성적을 올린 셈이다.
노력 끝에 A고교에 들어간 김양은 현재 학교 연극동아리 단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열린 서울가톨릭 청소년 연극제에서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다룬 내용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문제아 역할을 맡은 김양은 자신의 경험을 살린 연기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양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는 이번 연극은 문화예술단체 트루하모니프로덕션의 재능기부 형태로 기획됐다.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3개월간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실제 공연을 통해 꿈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공연을 주최하는 한국적성찾기국민실천본부 상임대표 강지원 변호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일찍 자신의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뮤지컬 음악 무용 등 문화예술 전반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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