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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63>스포츠 학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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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63>스포츠 학회를 다녀와서

입력
2014.07.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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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2014-07-14(한국스포츠)
이종열/2014-07-14(한국스포츠)

북미에서 가장 큰 스포츠 매니지먼트 학회(NASSM 2014 Conference Pittsburgh, Pennsylvania)에 볼링그린 주립대학 조성호 교수님과 함께 참가했다.

이번 학회는 스포츠에 관련된 경제, 경영, 마케팅 등 주제별로 나뉘어진 발표와 토론이 있었으며, 발표 주제를 보고 난 후 내가 듣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듣는 방식이었다. 작년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열린 학회에 이어 두 번째 참가로 좀 더 다양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렇다 보니 야구에서 여러 훈련 방법 등을 배우긴 했지만 스포츠 전체를 폭넓게 보지는 못했다. 나는 주로 듣는 교육에 익숙해 있었는데 내가 들었던 세미나에서는 듣는 것뿐이 아닌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나에게 신선하고 좋은 배움의 자리였다. 또한 미국에서 학회를 다니며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학회라는 곳이 겉모습이 화려하고 큰 규모의 행사라기보다는 소박하고 자유스럽다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나의 영어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질의 응답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삼성 그룹 고(故) 이병철 회장이 아들 이건희 회장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쳤던 것이 ‘경청’이라고 한다. 내가 각 세미나 장을 다니면서 느낀 가장 큰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발표를 하는 교수들도 물론 열심이었지만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청중들이 강의를 집중해서 듣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나서 질의응답 시간에는 예리한 질문이 오고 갔으며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당연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내가 성장하며 받았던 교육은 열심히 듣기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만일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질문을 필수적으로 혹은 자유스럽게 했다면, 또는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면 궁금한 의문점 등을 메모하거나 기억을 해서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주로 듣기만 하고 끝나다 보니 열심히 듣지 않은 요인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그래서 질문을 할 때 ‘혹시 내가 이런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싫어하지 않을까? 또는 잘못된 질문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먼저 들기도 했고, ‘혹시 반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괜한 걱정에 질문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해도 의견을 피력하기 보다는 주로 속으로만 웅얼거리는 정도였다. 지금도 나는 질문을 하려고 하면 긴장이 된다. 특히 학교에서 교수님에게 영어로 질문을 하려고 하면 더 땀이 나고 긴장된다. 이것이 비단 영어만의 문제가 아니고, 문화적인 차이도 질문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한국에서 코치를 하던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강의를 하고 나서 “질문 있니?” 라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선수들이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경우, 밑에 사람이 윗 사람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혹시 결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작용한 것 같기도 하다.

토론을 통해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의 주장에 상대는 동조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상반된 주장 속에 새로운 이론이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곳에서 질의 응답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우리와의 차이점은 질문자가 당당하고 자신감 있으며 너무나 자연스러워 얼굴이 빨개지거나 긴장하는 모습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분야에 대해 많은 지식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이 학회에는 한국의 유능하고 능력 있는 교수님들과 대학원생들도 많이 참석했다. 다수의 한국 교수님들이 유수의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수준 높은 주제를 가지고 발표도 하고 토론을 하는 모습에서 내심 뿌듯했다. 그리고 박사 과정의 학생들도 미국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며 외국인들과 경쟁하는 모습에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도전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스포츠 매니지먼트의 학회이긴 했지만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야구 선수출신으로 기술적인 부분에만 관심이 있었던 나에게 꼭 공을 치고 받는 것뿐이 아니라 스포츠 전체를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접근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의 자리였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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