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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서의 오션토크]미세조류로 신음하는 바다

입력
2014.07.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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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로까지 번진 적조(赤潮)

산소결핍 일으켜 해양 생태계 교란

영양염류 배출하는 인간도 책임

7월초 남해안에 불청객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즈음 바다에서 존재감을 어김없이 과시하는 불청객은 다름 아닌 적조를 일으키는 미세조류다. 미세조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식물플랑크톤으로 대량 발생하면 여러 가지 피해를 일으킨다. 매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산ㆍ양식업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말썽꾸러기가 되곤 한다. 작년에는 남해안과 동해남부 연안에서 발생한 적조로 양식어류가 폐사하는 등 약 250억원의 피해가 났다.

적조(赤潮)란 무엇인가? 적조는 미세조류가 늘어나 말 그대로 바닷물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어로는 ‘레드 타이드’(red tide)라고 하며, 의미는 같다. 전문가들은 ‘해로운 조류 대발생(Harmful Algal Blooms)’의 영어 단어 맨 앞 알파벳을 따서 ‘햅’(HABs)으로 부르기도 한다. 흔히 미세조류의 대발생을 모두 적조라고 부르지만, 바닷물이 꼭 붉게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적조 생물이 가지고 있는 색소에 따라 바닷물 색깔은 다르게 변한다. 케첩을 뿌려놓은 듯 붉게 변하면 적조, 잔디밭처럼 녹색으로 변하면 녹조(綠潮), 커피를 타놓은 것처럼 갈색으로 변하면 갈조(褐潮)로 구분한다. 미세조류 대발생은 바다뿐만 아니라 호수, 댐이나 보로 막힌 강에서도 일어난다. 낙동강에서는 이미 지난달 녹조가 생겼다.

적조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식물인 미세조류는 염양염류, 즉 비료 성분이 많고, 수온이 높고 햇빛이 강한 환경을 좋아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하루에도 숫자가 2~4배 늘어난다. 단세포 생물인 미세조류는 세포분열 자체가 번식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 적조가 생기면 바닷물 한 방울 속에 미세조류가 무려 수 만 개체나 발견된다. 적조는 강으로부터 영양염류가 많이 흘러드는 장마철이 지나고 햇빛이 쨍쨍 나면 주로 발생한다.

적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역사는 아주 오래 됐다.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에도 적조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인 639년 동해남부 바닷물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물고기가 죽었으며, 조선 초기인 1398년과 1403년 경상도와 전라도 해안 일대에서 바닷물 색깔이 황색, 흑색, 적색으로 변하고 물고기가 떼로 죽었다고 한다. 이처럼 적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던 자연현상이기는 하나, 최근에 와서는 환경오염으로 적조 규모가 커지고 지속기간이 늘어났다. 연안에 양식장이 밀집하면서 피해액이 천문학적으로 커져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됐다.

적조가 발생하면 바닷물 색깔이 바뀌고 냄새가 나며, 어패류가 죽고,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줄어들어 해양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적조를 일으켰던 미세조류가 죽으면 썩게 되는데, 이때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줄어든다. 그러면 산소가 결핍되는 빈산소 상태가 나타나 해양 동물이 호흡 장애를 일으킨다. 또 적조 생물이 어패류의 아가미를 막아서 질식사시키기도 한다. 적조생물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물질 때문에 어린 물고기는 헤엄치기가 힘들어진다. 독성 미세조류가 적조를 일으킬 때는 독성 때문에 물고기가 죽기도 한다. 독성이 있는 미세조류는 국민 건강에도 유해하다. 독이 들어있는 식물플랑크톤을 먹은 어패류를 잘못 먹으면 여러 가지 패독증상이 나타난다. 몸이 마비되기도 하고, 구토와 설사가 나기도 하고, 기억을 잃는 일도 발생한다. 패독증상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적조가 생기면 수산물 소비가 줄고 해양관광이 축소돼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적조 피해가 늘면서 이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을 분석해 넓은 해역에서 실시간으로 적조를 감시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비록 적조가 환경에 순응한 자연현상이기는 하지만, 적조생물이 잘 자라게 영양염류를 많이 배출한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부메랑은 던지면 돌아온다. 하수구에 무심코 흘려버린 음식찌꺼기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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