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대기업 회장을 지낸 자산가의 부인이 주식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입은 뒤 증권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으나 패소하고 말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오영준)는 A(75)씨 등이 주식위탁업무 담당자 B씨와 B씨가 소속된 D증권회사를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B씨는 2010년 8월부터 2년간 A씨 등 4명의 계좌를 관리하면서 1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운영, 한때 37%에 달하는 수익률(수익 규모 31억원 상당)을 기록하는 등 높은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D증권회사 역시 20억원 상당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B씨는 6억3,000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하지만 2011년 5월 발생한 유럽의 재정 위기와 그 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외부 악재가 발생했고 국내 주식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A씨에게도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B씨는 이후 줄기세포 전문기업에 대한 투자로 만회를 꾀했으나 손해는 더 커지기만 했다. 결국 28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게 된 A씨 등은 B씨와 D증권회사가 “수수료와 인센티브 수입을 위해 무리하게 매매에 나섰고, 사전승낙 없이 주식을 사고 팔아 손실이 발생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본 사건 이전부터)상당한 규모의 주식 거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여 투자에 따르는 위험과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줄기세포 기업에 대한 투자도 A씨의 의사를 반영해 이뤄지게 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A씨가 부당하게 (주식 거래를) 권유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2년간 이의제기를 한 적이 없었던 점 등을 보면 B씨가 사전승낙 없이 임의로 주식거래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